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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직후, 전복 2291만마리 폐사…기후의 역습 ‘민물 바다’

등록 2021-07-13 14:43수정 2021-07-13 18:04

5~6일 집중호우로 강진만에 민물 다량 유입
전복 2291만마리 껍데기-몸통 분리되며 폐사
15‰ 이하 염도 노출되면 하루 만에 죽어
폭우 이후 측정한 바다 염분 농도 5~15‰
빗물의 대량 유입으로 집단 폐사한 강진만의 양식 전복들. 전남도청 제공
빗물의 대량 유입으로 집단 폐사한 강진만의 양식 전복들. 전남도청 제공

지난 12일 오후 전남 강진 마량면 앞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 11년째 이곳에서 전복을 키워온 어민 이은영(49)씨가 집단 폐사해 역한 냄새를 풍기는 전복들 위에 무릎을 꿇고 두손을 모았다. 이씨는 막 배에서 내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일행을 향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최근 남해안에 쏟아진 집중호우는 강진 곳곳에 주택·농지 침수 등 상처를 남겼다. 강진에는 5~6일 이틀 새 대구면 607㎜를 최고로 평균 488㎜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인근 장흥댐과 간척지는 서둘러 수문을 열고 강진만으로 빗물을 방류했다.

이 바람에 강진만에서 전복을 키우던 어민들한테 엉뚱한 불똥이 튀었다. 마량어촌계 31어가가 추석에 내려고 키우던 1~3년생 길이 6~10㎝ 전복 2291만마리(시가 400억원 추산)가 전량 폐사한 것이다. 전복들은 7일부터 시름시름 활력을 잃더니 8일부터는 무더기로 숨져 껍데기와 몸통이 분리됐다. 기중기로 가두리를 끌어올린 어민들은 집단 폐사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2일 전남 강진군 마량면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문성혁 해수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을 향해 무릎을 꿇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12일 전남 강진군 마량면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문성혁 해수부 장관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을 향해 무릎을 꿇고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김성호(54) 강진전복협회장은 “높은 수온과 긴 장마 탓에 20~30%가 죽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해 충격이 크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당장 폐사한 전복을 껍데기와 몸통으로 나눠 처리해야만 하는 처지에 몰렸다. 어민들은 11월 안에는 상황을 수습하고 치패(어린 조개)를 입식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종자를 얻기 어려워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강진군은 민물 유입 탓에 바닷물 염도가 15‰(퍼밀·천분율) 이하로 낮아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염도가 떨어지면서 아가미 부분 조직이 손상되고, 담수에 섞인 황토가 숨구멍을 막아 호흡 곤란을 초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산당국은 바닷물과 폐사체 등 시료를 채취해 원인을 분석 중이고, 결과는 열흘 가량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복의 경우 생육 적정 염도는 24~32‰로 알려져 있으며, 15‰ 이하에 노출되면 24시간 안에 모두 숨지게 된다고 수산당국은 전했다. 7일 첫 폐사 신고를 받은 뒤 수산당국이 측정한 마량면 앞바다 염분농도는 5~15‰였다.

전복 피해는 인근 완도군 고금면 교성어촌계에서 30만 마리, 진도군 진도읍 청룡·산월어촌계에서 600만 마리 등이 추가로 보고됐다.

강진 어민들이 지난 8일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전복 그물망을 물밖으로 꺼내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강진 어민들이 지난 8일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전복 그물망을 물밖으로 꺼내고 있다. 전남도청 제공

전남도는 완도·진도 해역에도 전복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수산피해 지원지침을 손질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자연재난 때 수산피해를 입력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2년생 전복 한 마리의 거래가는 3000원인데 복구비는 770원에 불과하다. 전복·넙치 등 수산생물 재해복구 지원단가를 현행 25%에서 50%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양동일 도 양식산업팀장은 “피해 어가 대부분이 10억원대의 투자를 했고, 재해보험에 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당장 치패를 제때 입식할 수 있게 돕고, 단계적으로 그물망의 깊이를 3~5m로 조절해 고수온과 저염분에 대비할 수 있는 가동형 가두리 설치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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