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4월 박관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 전남대 대강당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들불열사기념사업회 제공
40여년 전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박관현(1953~82) 열사의 외침이 금남로에 다시 울려 퍼진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17일 오전 9시30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제를 열어 5·18추모주간(매년 5월17일~27일)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지난해에 이어 정운천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부터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야제의 주요 행사는 42년 횃불 시위를 재현한 무대와 박관현 열사의 육성 연설이다.
1980년 5월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박 열사는 5월14일~16일 옛 전남도청 앞에서 ‘민족민주화 대성회’를 주도하며 민주화 정부 수립을 요구했다. 당시 분수대 무대에 오른 박 열사는 “노예와 같이 굴종 거리며 얽매여 살아야 하는 우리 국민이 이제는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여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대세를 그르칠 수 없어 다 같이 동참하자고 한 데 대해서 누가 반대할 사람이 있겠습니까”라고 외치며 민주정부 수립을 요구했다.
박 열사는 신군부가 5·17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자 예비검속을 피해 광주를 빠져나가 여수로 피신했고 1982년 4월8일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체포된 뒤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박 열사는 감옥에서 5·18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50일간의 단식투쟁에 나섰고 같은 해 10월12일 세상을 떠났다.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제42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민족민주화 대성회’ 당시 박 열사를 촬영한 방송 영상을 상영하며 박 열사의 연설을 보여줄 예정이다.
42년 전 시민 분노를 촉발했던 손수레도 무대에 등장한다. 행사위는 손수레를 소재로 한 거리극을 선보이며 항쟁이 격화된 상황을 전달한다. 1980년 5월20일 3공수여단은 광주역 앞에서 집단 발포했고 민간인 5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 시민들은 다음날 주검 2구를 손수레에 싣고 금남로로 나서 계엄군의 만행을 규탄했다.
전야제는 3부로 나뉘어 저녁 7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전야제에 앞서 오후 6시부터는 광주시민과 오월풍물단이 수창초교~금남공원~금남로 전야제 무대까지 1.5㎞ 가두행진을 펼치며 1980년 5월 민주대행진을 재현한다. 금남로 곳곳에서는 교육, 체험, 공연, 전시, 주먹밥 나눔 등의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된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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