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북지방경찰청 미제팀장 앞으로 보내진 제보 편지. 박임근 기자
전북지역 장기 미제사건인 이른바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 사건을 2001년 12월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정학(51)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었다.
전북경찰청은 강도살인 혐의로 피의자 이정학을 이달 26일께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이정학은 추석 연휴 첫날인 2002년 9월20일 0시44분께 전주북부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혼자 근무하던 백 경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범행 이후 백 경사의 38구경 권총을 훔쳐 파출소 후문을 통해 달아났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이 권총에는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돼 있었다.
전북경찰청이 22일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의 증거물을 공개했다. 박임근 기자
당시 경찰은 백 경사 단속에 걸려 오토바이를 압류당한 20대 3명을 붙잡아 자백을 받았지만,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은 20여년이 지난 최근까지 미제로 남았다. 이후 사건 발생 21년여 만인 지난 2월13일, 이정학과 함께 대전에서 은행 권총 강도를 저질러 무기징역을 받은 이승만(52)이 ‘백 경사 총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경찰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속도를 냈다.
경찰은 이승만이 말한 울산의 한 여관방 천장에서 백 경사 총을 발견하고 이정학이 수감된 교도소를 찾아 범행을 추궁했다. 이정학은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사건 당시 현장 상황과 제보자의 진술이 일치한 점 등으로 미뤄 이정학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팀은 그의 범행 동기로 추석을 앞두고 목돈 마련을 위해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과 같은 유사한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백 경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벌인 전북경찰청이 울산의 한 여관방 천장에서 찾은 권총을 확보하는 영상을 22일 공개했다. 박임근 기자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는 계속 말을 바꾸며 현재까지도 자신이 경찰관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의자 진술에서 여러 모순점을 발견했고, 범죄자만이 알 수 있는 현장 동선을 비롯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확보한 증거물과 진술 등을 근거로 강도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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