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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 “이제 정부가 초토화된 저희 마을 살려주세요”

등록 2019-11-15 14:43수정 2019-11-16 02:34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최재철 위원장 호소
“암환자 속출…시는 15년 동안 악취 측정 1차례 뿐”
“소송 예정…주민들 고령으로 승소 전 돌아가실지도”
최재철 위원장
최재철 위원장

“2001년 7월 비료공장이 생긴 이래 저희들은 18년 동안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잘못은 행정당국이 했는데, 고통은 주민들의 몫이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해도 지자체는 제대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발 정부가 초토화한 저희 마을을 살려주십시오.”

15일 <한겨레>가 만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의 최재철(58) 위원장은 지방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하며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호소했다. 익산 장점마을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암 발병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확인한 첫 사례다. 정부의 전향적인 조사결과를 이끌어낸 장본인인 최 위원장은 지자체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 주변의 비료공장 금강농산은 완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포대에 유해물질 함량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주민들은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비료공장 원료로 사용된다는 것을 2016년에야 처음 알았다. 지자체가 어찌 이런 사실을 모를 수 있었겠어요.”

주민들은 그동안 숱한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무시되기 다반사였다. 공장이 들어선 지 9년 뒤인 2010년 9월 말에는 공장 아래의 저수지에서 물고기 떼죽음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죽은 물고기가 몸통을 드러낸 채 썩어 들어갔고 악취가 코를 찌렀다. 하지만 익산시 등은 일상적인 수질 검사로 끝냈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물고기가 죽은 저수지에서 시료를 떠서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했는데 발암물질을 포함한 중금속 조사는 않고 지하수 먹는 물 기준으로만 조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무슨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해 12월 전북도에서 이 회사에 환경기술지원사업에 적극 협조했다며 표창장을 줬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지난해 12월14일 비료공장 금강농산 식당 건물 지하에서 긴 막대기에 묻어나온 검은 물질을 최재철 위원장이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비료공장 금강농산 식당 건물 지하에서 긴 막대기에 묻어나온 검은 물질을 최재철 위원장이 가리키고 있다.

그는 당시에는 지하수를 드시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상수도가 있었지만 마을 노인들이 지하수를 안전하게 생각했고, 수돗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음용했다는 것이다.

그 뒤에도 비가 오면 유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2016년 즈음부터는 마을에 암 발병자들이 더욱 많아졌다.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해 9월에 집단 암 발병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대책위가 꾸려졌고,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들어가는 50대인 그가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문제가 된 연초박이 2003년부터 이 비료공장에 들여왔는데, 익산시가 관련 서류를 장점마을 조사용역을 받은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제대로 주지 않고 6년 뒤인 2009년 이후 자료를 줬다”며 “익산시는 해당 자료를 시의원에게는 제출했다.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한 게 없는 지자체를 보면 너무나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익산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4월 시민 1072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은 10월17일 조사를 끝냈다. 최 위원장은 두 달 뒤인 12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은 “2001년 비료공장 가동 직후부터 주민들이 제대로 살 수 없다고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할 지방정부는 2016년 이 문제가 이슈화하기 전까지 악취 측정을 제외하고는 단 한 건의 행정처분도 하지 않았다.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올해 공익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에 자료를 다 냈다”고 밝혔다.

익산시는 장점마을 실태조사 최종발표회가 열린 지난 14일 이 마을에 대한 전반적인 환경오염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에 따른 후속조치다.

지난 14일 열린 익산 장점마을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최재철 위원장이 주민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익산 장점마을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최재철 위원장이 주민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주민들의 암 발병과 환경오염의 인과관계를 정부가 인정한 뒤 전북도는 15일 ‘전라북도 입장 및 지원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전북도는 “금강농산은 2003년 7월 전북도에 비료생산업 등록신고를 하고 유기질 부산물 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08년 2월에 비료관리법 개정으로 관리권한이 전북도에서 익산시로 이관됐으며,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과 관련 사항은 익산시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급기관으로서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통받은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소송에서 이겨도 너무나 힘들 것 같습니다. 법적 투쟁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고, 배상받기 전에 나이든 어른들이 돌아가실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글·사진/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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