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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정부 “장점마을 주민 암 발병, 담뱃잎 공장과 연관”

등록 2019-11-15 05:00수정 2019-11-15 15:44

환경부, 익산 장점마을 건강영향조사 2년여 만 결론
“담뱃잎 찌꺼기를 불법 사용해 1군 발암물질 배출”
주민들 “전북도·익산시·KT&G는 사과하고 배상해야”
14일 오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장점마을주민대책위 최재철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박임근 기자
14일 오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장점마을주민대책위 최재철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박임근 기자

“저는 남편을 암으로 잃었습니다. 환경부가 실태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위에는 하늘이, 아래에는 땅이, 당신들(공무원) 가슴에는 양심이 있을 겁니다. 주민들을 책임지십시오.”

14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 신아무개씨가 비통해했다. 그는 “5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다”고 말했다. 이날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의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불법으로 사용한 담뱃잎 때문이라는 정부 분석 결과가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으로 모여들었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최종발표회’를 열어 “마을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이 배출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경오염과 ‘비특이성 질환’인 암의 역학적 관련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특이성 질환은 ‘가습기살균제-폐섬유화’처럼 원인이 특정되지 않는 다양한 이유로 발생 가능한 질병을 이른다.

정부 조사 결과를 보면, 집단 암 사태는 ‘탐욕’과 무성의한 행정이 빚은 전형적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강농산은 법에 따라 퇴비로 써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건조 공정에 사용했다. 퇴비보다 비싼 유기질 비료를 만들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연초박은 건조 공정을 거치면 1군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배출돼 법으로 금지하는데도 이 업체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금강농산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케이티앤지(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은 확인된 것만 2242t에 이른다.

익산시와 환경부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사태를 키웠다. 금강농산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 업체의 법 위반 사례는 익산시가 확인한 것만 10차례 이상이지만,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점마을에선 2001년 비료공장 설립 뒤 2017년 말까지 주민 99명 가운데 22명(국립암센터 등록 기준, 주민들은 33명 주장)이 암에 걸려 이 가운데 14명이 숨졌다. 주민들은 2017년 4월 금강농산을 지목해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그해 7월 환경부 환경보건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관련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는 환경안전건강연구소가 맡아 2017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했다.

연구진의 모의시험에선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배출이 확인됐다. 공장 가동 중단 1년이 넘은 시점에 채취한 사업장 바닥과 벽면, 원심집진기 등 비료공장 안과 장점마을 주택에 가라앉아 쌓인 먼지에서도 이들 물질이 검출됐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 중 일부 물질은 국제암연구소 기준 1군 발암물질로, 노출될 경우 폐암과 피부암, 비강암, 간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간암, 기타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에서 전국의 표준인구집단보다 2~25배 높았다. 금강농산은 2017년 4월 가동이 중단됐다가 비료관리법 위반 등이 확인돼 그해 말 폐쇄됐다.

정부 분석 결과가 나오자,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 케이티앤지 등을 상대로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이날 환경부 역학조사에 대한 의견문을 내어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주민들이 악취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도 행정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문제 없다’였다. 전북도·익산시는 주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익산/박임근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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