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광주시 동구의 한 대형마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긴급 휴점했다. 연합뉴스
광주가 코로나 청정지역을 선포한 지 7시간 만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밤 확진자가 3명까지 늘며 광주시가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광주광역시, 질병관리본부의 말을 종합하면 20일 밤 9시부터 이날 새벽 5시30분 사이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19 확진자는 ㄱ(30)씨 등 신천지 교인인 30대 남성 3명이 확인됐다.
이들은 16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열린 예배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의 부인(30)도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조선대병원 음압격리병동에 격리 조치됐다.
광주시민들은 16·18번째 확진자가 퇴원하고 접촉자들의 격리 해제가 끝난 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자 또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앞서 4일 태국을 다녀온 40대 여성이 16번째 확진자로 판정됐고 5일에는 16번째 환자의 딸(21)이, 6일에는 16번째 환자의 오빠(47)가 확진 판정을 받아 지역사회에 감염에 대한 긴장감이 조성됐다. 하지만 이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확진자들은 퇴원, 접촉자 458명은 20일 0시께로 격리 해제되자 서서히 일상 생활을 되찾는 상황이었다.
20일 오후 2시께 이용섭 광주시장은 입장문을 내어 “‘청정 광주’ 상태로 회복됐다.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시민들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시간 광주시는 대구시에 마스크 2만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일선 자치구도 경제회복 캠페인을 계획하는 등 광주시는 사실상 코로나 종식 상태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불과 7시간 뒤 확진환자가 나오며 광주시가 섣부른 발표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광주 신천지 송하시온교회에 접근 금지를 알리는 테이프가 둘러져 있다. 전날 이 교회 30대 신도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이 시장은 21일 오전 11시께 다시 긴급담화문을 내어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광주시는 5개 자치구와 협업해 확진자 이동경로와 접촉자 확인, 신용카드 사용 내용과 위치정보시스템(GPS) 위치추적 의뢰,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분석 등 역학조사와 함께 접촉자 격리와 시설 폐쇄, 방역작업 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19의 2차 공습에 직면한 광주시민들은 광주시 조치계획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이날 오전 발생보고에서 확진자가 남구 봉선동 아이리스피시방을 다녀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진자는 봉선동이 아닌 남구 방림동 아이리스 피시방으로 간 것으로 나타나 봉선동 업주가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의심환자가 전날 다녀간 것으로 파악돼 임시 휴업에 들어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광주계림점 주변은 마스크를 쓴 시민 2∼3명만 보일 뿐 인적이 끊겼다. 주변을 지나던 한 시민은 “또 코로나가 발생했냐. 무서워서 못 살겄다”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확진자가 다니고 있는 신천지 광주송하시온교회도 접근금지를 알리는 테이프가 둘러져 있고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신천지 신도들이 자주 찾았던 카페도 불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았다. 또 확진자의 아내가 남구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직원으로 알려지며 남구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17일 3명이 방문했던 남구청 선별진료소는 20일 9명으로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시민들이 열이나 기침 증상이 생겨도 해외여행 이력이 없으면 코로나 감염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선별진료소를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