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한 섬 보건지소 공중보건의가 대구에 파견갔다가 지난 11일 복귀하자 주민들이 관사에 연막소독제를 뿌렸다고 주장하며 제시한 사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제공
전남지역 주민들이 대구로 코로나19 진료 파견을 다녀온 공중보건의에게 방역약품을 뿌렸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해당 주민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6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와 전남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남의 한 섬 보건지소 소속 공보의 ㄱ씨는 지난달 말부터 2주 동안 대구로 파견돼 코로나 의심환자 검체 체취 작업에 투입됐다. ㄱ씨는 파견을 마치고 지난 11일 근무지로 돌아와, 다음날 오전부터 유선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대구 파견 공보의들은 공가를 내 2주 동안 자가 검진 기간을 둘 수 있지만, ㄱ씨는 다른 공보의와 교대하기 위해 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주민들은 마을 방역날인 12일 보건지소 건물을 찾아 방역 소독했고, 이 과정에서 ㄱ씨와 마찰을 빚었다. 이 건물 1층엔 진료실과 사무실, 2층엔은 공중보건의 관사가 있다.
ㄱ씨는 “주민들이 ‘대구 의사가 왜 왔느냐’ ‘섬사람 다 죽일 일이 있느냐’고 항의하며 관사를 방역하겠다고 했다. 관사 문을 열자마자 피할 새도 없이 얼굴을 향해 연막소독제를 뿌려 다른 방으로 피신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이런 내용과 연막소독제로 가득찬 관사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며 언론 보도까지 이어졌다. 극우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는 전남 특정지역 섬 주민들이 살충제를 뿌렸다고 알려, 해당지역 주민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재 ㄱ씨는 공가를 내고 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ㄱ씨가 소속된 자치단체는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지역과 살충제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일부 내용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ㄱ씨의 대구 파견 사실을 몰랐고, 11∼12일 일제방역의 날을 맞아 보건지소를 방역했다는 것이다. ㄱ씨의 관사 내부로 연막소독제를 뿌렸다는 내용은 2층 현관에서 실시한 연막소독이 퍼져 나가며 빚어진 오해라는 설명이다. ‘섬 사람 다 죽일 일 있느냐’ 등의 말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일제방역에 맞춰 사전에 보건지소를 비워달라고 공지했지만, ㄱ씨가 파견을 갔다 오며 전달이 안 됐던 것 같다. 이번 일이 지역 비하로 이어져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코로나 검진 의료진들은 방호복 착용 등 감염관리 수칙을 지키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일반인들은 공보의들을 불안하게 볼 수 있다. 행정 차원에서 공보의가 인권 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원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전남도는 지난달 3차에 걸쳐 공중보건의 50명을 대구로 파견했으며, 이달 11일까지 46명이 복귀했다. 4명은 파견 기간이 지났지만, 자발적으로 대구에 머물며 진료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