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남 나주시 문평면에서 어르신 유권자들이 4륜 전동차를 타거나, 성인 보행기에 의지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농어촌에선 어르신 유권자들이 불편한 교통에도 선관위 버스와 4륜 전동차를 이용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나주시 문평면에선 1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나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유권자 수송 차량이 마을 12곳을 돌며 이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투표를 도왔다. 선관위는 이날 노란색 20인승 버스를 빌려 오지마을의 유권자들을 투표소인 문평초등학교 체육관으로 안내했다.
투표소에서 먼 마을 주민들은 정자나 경로당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마스크를 고쳐 쓰고 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올라서는 신분증을 가져왔는지 다시 확인했다. 이장들도 반가운 마음에 수백m 떨어진 마을 들머리까지 버스를 마중한 뒤 동행하지 않은 주민이 없는지 챙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바깥출입을 자제했던 주민들은 버스 안에서 다른 마을 지인을 만나 반갑게 주먹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 주민은 “과거엔 경운기를 타고 투표하러 다녔다. 투표 지원 버스가 생겨 곳곳을 돌아다니니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15일 오전 전남 나주시 문평면 유권자들이 선관위에서 마련한 수송 차량을 타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버스가 문평초등학교에 도착하자 어르신들은 신분증을 다시 챙겨 차례차례 내렸다. 이어 느릿느릿 걸어서 투표소 앞에서 발열검사를 한 뒤 투표소 안으로 들어가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주민들은 대중교통인 농어촌버스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돌아올 때도 같은 불편을 겪어야 하는데 수송 버스 덕분에 손쉽게 투표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표소가 가까운 마을 주민들은 논밭에 나갈 때 쓰는 4륜 전동차를 타거나 성인 보행기에 의지해 투표소로 향했다. 이들은 “투표소 가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나라 위한 일은 꼭 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서영순(71) 할머니는 “긴요할 때 쓰려고 아껴둔 마스크를 투표하기 위해 꺼내 썼다. 투표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고생스럽더라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