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이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돌봄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가운데, 올해 3월 제주에 이어 최근 광주에서도 발달장애 가족이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5일 경찰 등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3일 오전 10시께 광주광역시 광산구 임곡동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ㄱ(59·여)씨와 아들 ㄴ(24)씨가 숨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 안에서 (서울에 따로 사는) ‘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가 나온 점 등을 들어 ㄱ씨 모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는 몇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발달장애인 ㄴ씨와 함께 생활해왔는데, 지난해까지 주간보호센터에 ㄴ씨를 맡겨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월부터 광주지역 복지시설이 일괄 폐쇄돼 집에서 아들을 돌봐왔다고 한다.
ㄱ씨는 장성한 ㄴ씨를 가정에서 돌보는 데 한계를 느끼고 올해 2월 정신병원에 3개월여 입원시켰다. 하지만 ㄴ씨가 병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무게가 10㎏ 이상 줄어들자 죄책감을 느낀 ㄱ씨는 지난달 25일 아들을 퇴원시켰다. 이후 아들을 돌봐줄 복지시설을 수소문했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고, 아들이 내는 소음 등으로 인해 이웃들 항의를 자주 받게 된 ㄱ씨는 주변에 “성인이 된 아들을 집에서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앞서 3월17일 제주 서귀포시에서도 ㄷ(49·여)씨가 발달장애 고교생 아들(18)과 함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ㄷ씨도 코로나로 특수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장애인 복지시설이 모두 문을 닫자 집에서 아들을 돌봐왔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주지부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발달장애인 청년과 그 엄마의 죽음에 대해 대통령님 응답해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부는 청원글에서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부모가 돌보지 않으면 정신병원이나 노숙자 시설을 전전한다. 끝내 자녀와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뒤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활동 1:1지원 △주간활동 시간 확대 △장애인가족을 위한 장애인가족지원체계·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체계 마련 등을 요청했다. 보건복지부 ‘2019년 장애인등록현황’을 보면, 전국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은 24만여명에 이른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성명을 내어 “2014년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음에도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책임은 부모 몫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부담을 경감시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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