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6) 전 대통령 재판에 이희성(96) 5·18 당시 계엄사령관 등 신군부 쪽 군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신청돼 출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22일 오후2시 광주지법 201호 대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전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번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는다.
전씨 쪽 변호인은 이희성 전 육군참모 총장 겸 계엄사령관, 백성묵 전 203항공대 정조종사(대위),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전교사) 참모장(준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예정이다. 전씨 변호인쪽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전씨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판부에 이들의 증인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성묵씨는 5·18 때 10대의 유에치1에이치(UH-1H) 헬기를 인솔해 광주에 와 임무를 수행했다. 백씨 등 항공단 소속 조종사 등 17명은 1989년 광주문화방송의 ‘어머니의 노래’라는 프로그램과 관련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 등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진술서를 첨부해 제출한 바 있다. 이 진술서엔 5·18 당시 코브라와 500엠디는 20㎜발칸포와 7.62㎜ 기관포로 무장했으며, 500MD는 2000발의 실탄을 적재하고 출동했다는 사실이 담겨 있다.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은 1995년 6월5일 검찰 진술.
UH-1H는 엠60기관총을 설치해 기체 안에서 문을 열고 바깥으로 사격을 할 수 있는 기종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일빌딩 10층 내벽에 생긴 총흔은 헬기에서 쏜 엠60에 의해 생겼을 것으로 감정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2018년 국방부 특별조사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5·18 때 광주에 온 조종사들한테 ‘헬기에 엠60 기관총을 장착해 임무를 수행했지만, 헬기사격은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은 5·18 내란목적살인죄로 유죄가 확정된 전씨 등 5명 중의 1명이다. 이씨는 1995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5·18 때 발포명령 없이 작전 중인 군인이 현장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위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해 온 신군부 쪽 인사다. 이씨는 80년 5월21일 저녁7시30분 자위권 관련 담화문을 생중계로 발표한 바 있다.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은 1995년 6월5일 검찰에서 군 비공식 지휘체계와 관련해 “만약 사후에도 보고되지 아니한 발포가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당시 여단장들이 윤흥정 장군(전교사 사령관)이나 31사단장(정웅)의 지휘계통을 무시하였다는 증거가 될 것이고, 그와 같은 일은 특전사령관(정호용)의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당시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어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5·18 관련 군 문서를 왜곡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긴 5·11위원회 문건. <한겨레> 자료 사진
전씨 쪽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들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씨 등 2명은 지난 16일 기준 ‘수취인 불명’ 또는 ‘폐문 부재’ 등의 사유로 증인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장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1명 역시 재판이 시작돼야 출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씨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거짓말쟁이”라고 고 조비오 신부를 비판한 행위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것이다. 그간 전씨 쪽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헬기 조종사 증인신문등을 요구해왔다.
한편, 지난 1일 열린 전씨 재판에서는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 탄흔을 찾아낸 김동환(58)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부 법안전과 총기연구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전일빌딩 10층 내부에서 발견한 탄흔 중 상당수는 헬기 사격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만들어내기) 불가능한 흔적이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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