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장지아씨가 텅 빈 숙박 명부를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형호텔까지 들어서 손님이 급감했는데, 보증금 한푼 못 받고 쫓겨날 처지에 놓이니 피눈물이 납니다.”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의 ㅇ모텔에서 만난 업주 장지아(60·여)씨는 숙박 명부를 쳐다보며 한숨 쉬고 있었다. 지난해는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면 28개 객실 가운데 20개 이상이 채워지곤 했지만, 이날 명부에는 4개 객실에만 손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나마 인근에서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시작되며 노동자 2명이 손님으로 새로 들어온 덕분이었다.
“대형호텔도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저조하자 숙박료를 9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고 조식도 제공해 주변 모텔 손님을 흡수했어요. 우리 모텔도 숙박료를 기존 4만원(평일 기준)에서 2만5천원으로 내렸지만 역부족이에요.”
작은 술집을 운영했던 장씨는 손님들과 한두잔씩 나누던 술이 건강을 해쳐 5년 전 모텔업에 뛰어들었다. 건물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업자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었던 모텔업은 특별한 거주지가 없는 장씨에게 숙박을 해결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는 “상무지구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이 몰려 있어 광주로 출장 온 사람들이 많아 모텔을 운영하면 굶지는 않겠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기대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하루 평균 7∼8명 수준은 유지했지만, 지난달 초 상무지구 유흥업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속출하고 대형호텔까지 들어서면서 하루 손님이 1∼2명이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었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통신비 등 한달 공과금만 800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월세 납부는 꿈도 꾸지 못했다. 주변 모텔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장씨 모텔과 맞닿은 ㅎ모텔 업주는 건물주가 월세를 절반으로 깎아줬지만 6개월째 내지 못했고, 근처 ㄴ모텔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폐업 신고했다.
장씨도 지난달 중순 건물주에게 ‘이달까지만 영업하고 건물을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서를 받았다. 장씨는 “1년 계약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 990만원을 내고 건물을 임대했다. 1년 임대계약은 기간이 종료돼도 자동 연장이 되지만 손님이 줄어 8개월간 월세를 내지 못하니까 건물주가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다. 그동안 내지 못한 월세는 보증금에서 차감돼 빈털터리로 내쫓기게 될 처지”라며 눈물지었다.
“시설폐쇄·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업소들은 정부 지원금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비슷한 피해를 겪었음에도 지원 대상에서 빠졌어요. 이 시기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대형호텔이 문을 연 이후부터는 희망마저 보이지 않네요. 올 추석에 타 지역에 사는 아들이 찾아올 텐데 얼굴을 어떻게 볼지 걱정입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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