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의 광주티시에스(TCS)국제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생활치료센터로 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첫 확진자가 나왔을 때부터 손님이 끊겨서 1년 동안 힘들게 버텼는데….”
불과 하루 만에 100명이 넘는 환자가 쏟아져 나온 광주 광산구 운남동 광주티시에스(TCS)국제학교 근처에서 만난 양희용(60)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감자탕집을 하는 양씨는 “한마음교회 앞을 지나갈 때마다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여 의아해하곤 했는데 광주시 브리핑을 듣고 나서 합숙시설인지 알았다”며 “또다시 코로나가 터져 막막하다”고 말했다.
광산구 운남동은 지난해 광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곳이다. 이곳에서 1년 만에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자 주민들은 불안과 허탈, 분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나타냈다. 간신히 1년을 버틴 상인들은 다시 손님이 끊길까 우려했고, 일부 주민은 집단교육시설을 운영한 종교단체를 향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27일 오전 미인가 교육시설 광주티시에스국제학교 앞은 하얀색 방호복을 입은 방역 공무원들과 경찰,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대전에 있는 아이엠(IM)선교회 소속의 한마음교회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전날부터 이날 아침 8시까지 110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2월3일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한 시설에서 세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정오부터 확진자를 전남 나주와 충남 아산(2곳)에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분산 이송하려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45인승 버스 2대, 28인승 버스 1대와 확진자가 착용할 일회용 방호복, 장갑, 마스크 등을 준비했다. 김팔용 광산구 보건행정과장은 “충남 아산으로 60명, 나주로 40명을 이송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이 저연령 확진자를 고려해 최대한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병상을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거주지 분포는 광주 55명, 서울·경기 각 11명, 경남 10명, 전남 7명, 인천·충북·경북·전북 각 3명, 부산 2명, 대전 1명이었다.
27일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의 광주티시에스(TCS)국제학교에서 어린 학생이 바닥에 끌리는 방호복 옷자락을 손으로 올리며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낮 12시40분부터 어린이 확진자들이 교사들의 손을 잡은 채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어떤 어린이는 주변을 둘러싼 취재진이 신기한 듯 쳐다봤고, 어떤 어린이는 자기 몸보다 큰 방호복이 바닥에 끌리자 불편한 듯 계속 추켜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다치거나 우는 어린이는 없었다. 약 40분 뒤 세번째 버스까지 출발하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연면적 814㎡) 티시에스국제학교 건물은 사실상 빈 건물이 됐다.
확진자들이 떠났지만 불안감은 남았다. 국제학교에 머물던 어린이들은 전날까지 인근 편의점 등을 드나들었다. 특히나 이 지역은 지난해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21세기병원과 아동병원, 어린이집 등이 근처에 있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환자 이송이 끝난 뒤 교회를 향해 “불안해서 못살겠다. 목사는 밖으로 나와 사과하라”고 고함쳤다. 공무원들은 그를 말렸다.
상인들은 1년 만에 다시 마주한 불운에 망연자실한 듯했다. 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10여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배진수(43)씨는 “일주일 전 카페 내 취식이 허용되며 숨 좀 돌리는가 했는데 갑자기 가까운 곳에서 1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모든 국민이 힘들게 헤쳐나가고 있는데 종교시설이라는 곳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27일 광주시 광산구 운남동의 광주티시에스(TCS)국제학교 앞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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