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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두 날개로 날아야”

등록 2021-06-04 05:00수정 2021-06-04 07:20

[한겨레 벗] 제주 아라요양병원 이유근 원장

보수지 60년 구독해온 ‘보수주의자’
늦게 배운 인터넷에서 한겨레 접해
반대의견 아닌 ‘감정배출’댓글 보며
나라도 후원해서 힘줘야겠다 생각
지난달 28일 제주 아라요양병원에서 만난 이유근 원장.
지난달 28일 제주 아라요양병원에서 만난 이유근 원장.

“어렵죠?”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 아라요양병원에서 만난 이유근(78) 원장은 기자가 진료실로 들어서자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백발 노원장의 말에 기자도 웃음으로 대신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지내시느냐”는 인사에 “바깥 활동을 못 하게 돼서 집과 병원을 오간다. 시간이 있어서 글을 쓰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주시내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해온 그는 2016년 12월 제주대학교 입구 근처에 도내 최대 199병상 규모 요양병원을 개원했다. 그는 “전에는 인터넷을 할 줄 모르니까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보지 않았는데 개원하고 나서 직원들한테 배워 <한겨레>를 읽게 됐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제주도 내 시민사회와 대학생들의 활동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하지만 보수지를 60년 이상 구독하고 있는 그는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했다. 이런 그가 제주지역의 시민사회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은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양립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두 날개로 날아간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겨레>가 잘 유지돼야 합니다. 보수지가 유지돼야 하듯이 <한겨레>도 유지되고 발전해야 하지요.”

그가 <한겨레>를 후원하게 된 이유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한겨레>를 읽다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욕설 댓글이 달리고, 구독을 중지하겠다는 것을 보면서 ‘야, 이래서는 <한겨레>가 많이 위축되겠구나’ 싶었다. <한겨레>가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후원회원이 됐다”며 웃었다. 그는 “시민단체에 내는 기분으로 후원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단체의 존재가 필요하듯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보매체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저는 댓글 달기를 권장하는 입장입니다. 반대 의견도 내야 글을 쓴 기자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한겨레>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건 댓글이 아니라 감정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창구 같았어요. 보수주의자들이 비난하는 것은 넘길 수 있을 텐데 같은 입장에 있는 분들이 비난하는 것은 힘들 거예요. 그래서 <한겨레> 기자들이 마음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

젊은 세대가 ‘신문’ 대신 디지털을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접하는 것과는 달리, 이 원장 세대는 여전히 ‘신문’을 선호한다. 이 원장의 친구들도 ‘모두’ 신문을 구독한단다.

그는 “신문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살아남는다”고 단언했다. “전자책이 처음 나올 때도 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했잖아요. 하지만 책은 책대로 살아남았어요. 책장을 넘기는 맛도 있고요.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읽고 싶은 기사만 읽게 되니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쉬워요. 그런 의미에서 신문은 다양한 의견을 담고 있어요.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신문을 봐야 하는 이유이지요.”

그는 “오전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지역 일간지와 전국지를 읽는다. 아침 8시에 출근한 뒤에도 못 읽은 신문과 지역 인터넷신문과 <한겨레>를 찾아 읽는다”며 하루 2시간 남짓 신문을 읽는다고 했다.

제주4·3과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전을 보면 4·3과 비슷하다. 낮에는 남베트남군이, 밤에는 북베트남군이 지배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나. 우리 군인들에 의해서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겠느냐.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국가는 베트남에 대해 빚진 심정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나라가 법치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개혁한다고 해도 정부가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1801~1809년 재임)의 말을 언급하며 “언론이 중요하다. 언론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며 “언론은 사실보도에 그치지 말고 진실보도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후원회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수지 구독자들도 <한겨레>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보수가 올바로 서기 위해서도 진보가 올바로 서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수도 필요하지만 진보도 필요하다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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