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고민하다가 이젠 (참여하기로 하고) 편해졌어요.”
20년 넘게 <한겨레> 종이신문을 구독해오다가 최근 한겨레 후원제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선승규씨에게서는 아쉬움과 기대가 반반씩 느껴졌다. 그래도 결국 후원을 결정했다는 것은,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리라.
선씨가 후원제에 동참하기로 한 데에는 “지난 7월 한겨레에서 읽은 홍세화 선생님의 글(
‘한겨레 후원제에 참여하며’)”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은 이 글에서 “오늘의 한겨레가 자랑스러워서가 아니다.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을 뿐이다”라며 “출입처에 갇힌 시스템 아래서는 ‘기후위기, 불평등, 젠더, 동물복지, 민주주의’ 등의 문제를 자본주의 체제와의 갈등 구조 속에서 제대로 분석할 수 없고 해법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고 썼다.
선씨는 “홍세화 선생님 글을 보고 미처 깨닫지 못한 걸 깨달았다. <조선일보> 같은 신문이 판치는 세상에 한겨레를 더 오래 보려면 나 같은 사람들이 후원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씨가 진단하는 한겨레의 현재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최근 사회가 양극단으로 나뉠 때 한겨레가 진보 언론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서운했다”고 꼬집은 그는 “지난 4월 한 독자가 ‘왜냐면’에서
‘한겨레는 누구와 함께 가는가’라고 물었는데, 그 말에 공감한다. 우리 같은 독자가 있다는 것을 믿고 더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위해 기사를 써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 보도 가운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비판적으로 다룬 한겨레 기사들을 보며 “이래서 후원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으로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제대로 비중 있게 보도하는 곳은 한겨레 정도인 것 같다. 한겨레를 봐온 기존 독자들에게 후원제를 어필한다면 분명히 반향이 있을 것이다.”
기자들에게는 현장을 찾아가서 쓰는 르포 기사를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온라인으로 여러 매체의 기사를 접할 때 유명인들이 말한 것을 그대로 전한 기사들이 많은데 ‘저런 기사는 나도 쓰겠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기자가 직접 몸으로 체험한 기사를 보면 생생하게 느껴지고, 뭐랄까, 기자도 노동자고 나도 노동자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한겨레 르포 기사를 좋아할 것이다.”
선씨가 한겨레에서 가장 즐겨 보는 분야는 책을 소개하는 ‘북 섹션’이라고 했다. 그는 “기존 북 섹션도 좋았지만, 최근 토요판으로 통합돼 더 풍성하고 좋은 것 같다”며 “대학생 때인 30년 전부터 한겨레에서 추천하는 책 위주로 사 보고 있다. 과거에는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친구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아쉬움 속에서도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는 한겨레에 하고픈 말을 물었다.
“한겨레가 어렵다는 것을 독자들이 잘 알고 있다. ‘설마 폐간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뜨끔하더라. 한겨레가 없는 언론지형을 생각해보면 겁이 나는 일이다. 한겨레가 좀 더 힘냈으면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같이 가고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힘냈으면 좋겠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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