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거리유세를 하는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제주시갑 선거구에 출마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3일 열린 제72돌 4·3희생자추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을 자신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송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가진 거리유세에서 연설 도중 제주4·3과 관련해 “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습니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대통령님을 모시고 3년간 봉사하지 않았습니까. 저를 위해서 해줄 것이 하나 있다. 4월3일 제주도에 오셔서 유족 배·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 반드시 제주도민에게, 대한민국 국민에게 하시라. (대통령이 실제로) 약속하셨지 않았냐”고 말했다. 자신의 요청에 따라 문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했고 유족 배·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 약속을 요청하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이에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10일 “송 후보의 발언은 매우 구체적이고 앞뒤 정황상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문 대통령의 해명과 송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통합당은 앞서 문 대통령의 외부행사 참석을 ’총선용’이라고 비판하면서 4·3추념식 참석을 사례로 든 바 있다.
이 선거구에 출마한 장성철 미래통합당 후보와 고병수 정의당 후보, 박희수 무소속 후보 등은 잇따라 긴급 기자회견이나 성명을 내고 4·3 유족에 사과하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박 후보는 “본인 말대로 송 후보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이 왔다면 선거개입이고, 그렇지 않고 대통령에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이런 말을 했다면 허위사실 공포”라고 주장했다.
송 후보는 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유세현장에서 대통령과 저의 일치된 노력의 과정을 설명해 드리려 했다. 4·3 해결을 향한 대통령의 약속에는 제 노력도 담겨있음을 전하려 했는데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 제 표현이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꼬리를 내렸다.
문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은 유족과 도민들의 바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6년 4·3추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정부 수반으로서 공식 사과를 한 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보수세력들로부터 4·3을 왜곡하는 등 ‘4·3 흔들기’가 이어졌다. 제주4·3유족회와 관련 단체들은 기자회견과 성명 등을 통해 대통령의 참석을 요구해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4·3 유족과 도민들에게 “대통령 자격으로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고, 지난 2017년에도 “임기 동안 매년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 안된다면 격년으로라도 참석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제주 4·3 한 유족은 “유족들은 그동안 대통령의 참석을 얼마나 고대해왔나. 대통령 참석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제주도 차원에서도 건의하고 했었다. 2018년에는 12년 만에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참석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올해 추념식 참석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 의미에서 송 후보가 마치 자신이 대통령을 오게 했다는 식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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