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통 풍습인 벌초철(17일)이 다가온 가운데 올해는 제주도가 벌초 방역 3대 수칙을 발표하는 등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코로나19가 제주의 전통적인 벌초 풍습을 바꿔놓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주지역에서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벌초하는 풍습이 있다. 이 시기가 되면 도내 중산간이나 공동묘지 등에서는 곳곳에서 예초기 돌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벌초하러 온 차들이 도로변에 즐비하다.
올해는 오는 19~20일이 벌초의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제주에서는 문중의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모둠벌초’와 가까운 친척끼리 참여해 보통 고조부모 묘까지 벌초하는 ’가족벌초’로 두 차례로 나눠 이뤄진다. 모둠벌초가 끝나면 집안별로 서로 나뉘어 가족벌초를 하러 가기도 하고, 미리 가족벌초를 끝내 모둠벌초에 참여하기도 한다. 벌초에 참여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는 집안도 있다.
다른 지방에서는 한식이나 청명, 추석 등에 벌초를 하는 풍습과는 달리 제주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1년 한번 벌초하는 집안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벌초철이 되면 다른 지방에 나가 사는 출향 도민이나 심지어 제주 출신 재일동포들도 고향을 찾는다. 지금은 납골당을 이용하는 게 대세가 되고 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도내 모든 학교도 ’벌초방학’을 해 조상의 음덕을 기리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런 제주의 전통적인 벌초 풍습을 바꿔놓고 있다. 제주도는 6일 코로나19의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해 ‘벌초 방역’ 3대 수칙을 발표했다. 최근 수도권 등 전국 단위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지속하고 있고, 제주지역에서도 수도권발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타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3대 수칙은 △이번 벌초는 우리끼리! △이번 벌초는 안전하게! △이번 벌초는 마음으로! 등이다.
도는 벌초 뒤 있는 뒤풀이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태봉 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벌초 방역 3대 수칙 발표는 육지 친척의 제주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 지역사회 감염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원희룡 지사는 최근 “오는 17일부터 벌초 등의 목적으로 대규모 입도가 예상된다. 벌초·추석 기간 수도권과 제주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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