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승강기에 경비노동자 ㄱ씨의 해고를 취소해달라는 호소문과 서명용지가 붙어 있다. 김규현 기자
대구 한 아파트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던 경비원이 주민들의 서명운동으로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관리업체는 이날 오전 경비원 ㄱ(71)씨에게 재계약하기로 통보했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 3개월마다 재계약하며 4년 동안 일한 ㄱ씨는 지난달 27일 재계약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이 소식을 뒤늦게 안
주민들이 해고 철회 서명운동을 벌이자, 관리업체 쪽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ㄱ씨는 오는 6월 말까지 더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아파트 관리업체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재논의를 거쳐 ㄱ씨와 재계약해도 된다고 알려왔다. 29일 오전 ㄱ씨에게 재계약하자고 통보했고, 좋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ㄱ씨도 “지난 일은 모두 잊고 다시 잘해보기로 했다. 주민들이 여기까지 이끌어줘서 너무 감사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주민만 보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입주자대표회의는 3개월 뒤 재해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아무개 입주자대표회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주민들 반발이 심해 일단 재계약하고 (해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ㄱ씨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일부 주민들이 반발해 전체 입주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쪽은 지난 28일 저녁 아파트 곳곳에 입장문을 붙여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해당 경비원은 부당해고가 아니라 계약 기간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다. 평소 주변 청소와 음식물쓰레기통 청결에 대해 민원이 접수돼 관리소장이 경비원에게 교육하고 지시했지만 미흡했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으로 (온라인에 내용을 올려) 우리 아파트가 무슨 큰 문제나 비리가 있는 것처럼 전국에 알려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 만료된 경비원을 일부 입주민의 반대로 퇴직시키지 못하면 우리 아파트 경비원은 계속 고용해야 하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 입주자대표회의 권위도 땅에 떨어져 경비원들이 일부 주민만 쳐다보고 대표회의나 관리소장 지시를 무시하는 등 아파트 입주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