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건립 반대비대위’는 25일 사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미니피그’ 두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현동 주민 김아무개(53)씨 제공
경북대 서문 근처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장 앞에 살아 있는 돼지 두 마리가 등장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건립 반대비상대책위원회’(반대비대위)는 25일 “사원 근처에 사는 주민이 돼지 두 마리를 키우기로 했다. 가정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처럼 우리도 돼지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돼지는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동물이다.
이들은 반려동물로 키우는 돼지 품종인 ‘미니피그’ 두 마리를 각각 30만원에 분양받아 왔다. 생후 1~2개월인 돼지들에게는 ‘대한’, ‘민국’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돼지를 키우기로 한 대현동 주민 김아무개(53)씨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우리나라를 지키자는 뜻에서 이름을 지었다. 미니피그는 강아지처럼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한다. 사원 앞 골목을 매일 산책하고, 집회 등에도 함께 나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오는 28일에 열릴 예정인 북구청 앞 집회에 돼지를 데리고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반대 주민들은 사원 완공이 가까워지자 집회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서재원 반대비대위 공동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제 사원 건립은 기정사실로 됐다. 사원이 완공되면 우리는 반대 수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께 권요한 인권윤리포럼 운영위원장은 공사장 앞에서 “대현동 주택가 내 이슬람사원 건축은 종교의 문제를 넘어 주권 침해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그는 공사장 앞 임시기도소에서 기도하고 나가던 무슬림 유학생을 불러 세워 펼침막을 보라고 손짓하기도 했다.
25일 대구시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 3개가 든 업소용 냉장고와 돼지머리 모양 가면이 놓여있다. 김규현 기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앞둔 지난 17일에는 반대 주민들이 돼지머리 세개가 든 업소용 냉장고를 들여왔다. 돼지머리 모양 탈도 등장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돼지머리가 부패해 악취가 심해지자 다른 방법을 쓴 것이다. 앞서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가져다 둔 주민 2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5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사원 건립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완공된다고 한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