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위사실을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송병기(57) 울산시 경제부시장과 그가 제보한 김 전 시장 측근의 한 명인 시장 비서실장 출신 박기성(50)씨가 최근 잇따라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조사를 받음으로써 이들이 이런 관계에 얽히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 부시장과 박씨는 2014년 7월 김기현 전 시장이 울산시장에 취임한 뒤 1년가량만 해도 울산시 고위직 공무원으로 시청에서 함께 근무했다. 당시 송 부시장은 개방형 계약직 3급인 교통건설국장, 박씨는 별정직 4급인 시장 비서실장이었다. 또 당시 송 부시장은 박맹우 전임 시장(현 국회의원)이 3선 연임하는 동안 5급에서 3급까지 고속승진한 ‘전임 시장 사람’이었고, 박씨는 김 전 시장의 국회의원 보좌관과 선거 캠프 대변인을 거쳐 비서실장에 오른 ‘현 시장의 최측근’이었다.
송 부시장은 당시 김기현 시장이 취임하고 1년 만인 2015년 7월 계약 만료를 이유로 교통건설국장직을 그만두고 퇴직하게 됐다. 당시 송 부시장은 자신의 교통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계속 울산시에 남길 바랐지만 김 시장 취임 이후 울산시 인사 분위기로 볼 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 시장 취임 이후 울산시는 임기가 남은 산하 공공기관·단체장에 대해서까지 일괄사표를 받으며 이른바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 인사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인사에 시장 비서실장이던 박씨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송 부시장이 박 전 비서실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청와대에 제보를 한 이유가 단순히 지방선거만을 의식한 행위가 아니라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기성 전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8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부시장은 퇴직한 뒤 울산발전연구원 공공투자센터장을 2년간 맡고는 더는 울산시 산하기관에서조차 근무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송 부시장은 2017년 8월 시장선거 출마 준비를 하던 송철호 시장 쪽으로 넘어가서 정책공약과 관련해 선거운동을 돕게 되고, 그해 10월께 청와대 행정관에게 박씨와 관련해 자신이 알고 들었던 비위 사실을 제보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송 부시장 처지에서 그가 ‘전임 시장 사람’이라는 이유로 교통건설국장직 계약이 연장되지 못해 김 전 시장과 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하는 박씨에 대해 곱게 볼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박씨는 “(송 부시장에게) 남은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간 뒤에도 울산발전연구원에 자리까지 마련해 줘 당시 김 시장으로선 할 만큼 다 해줬다. 그런데도 김 시장 쪽에 불만을 품었다면 욕심이 지나쳤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과 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송 부시장은 9일 정상 출근해 오전까지만 집무를 보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조퇴했다. 울산시는 그가 10~13일 나흘간 병가를 냈다고 했다.
그는 검찰 출석 하루전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김기현 전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제보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