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를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자유한국당 소속 박맹우·김기현 전 시장과 함께 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어떤 관계였는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송 부시장의 과거 전력을 들어 “내부 제보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송 시장 캠프 활동 중 제보를 했고 그 뒤 송 시장 체제에서 부시장(1급)으로 승승장구한 점을 보면 선거 개입에 대한 ‘보은성 제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초 제보자’ 송 부시장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전임자인 박맹우(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울산 남구)·김기현 전 시장(자유한국당) 시절 울산시 교통건설국장 등을 맡은 교통 전문가다. 박 의원이 시장을 하던 2003년 교통기획과장(4급)에서 2008년 교통건설국장(3급·개방형 직위)으로 승진했고, 김 전 시장이 들어온 뒤에는 2015년 7월 퇴직해 시 산하 울산발전연구원에서 공공투자센터장으로 2년간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송 부시장을 자유한국당 사람으로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송 부시장은 2017년 8월께 송 시장(더불어민주당) 변호사 사무실에 드나들며 선거 준비 업무를 맡는다. 청와대가 밝힌 민정비서관실 제보 시점으로부터 두달여 전이다. 송 부시장은 울산시 교통과장으로 재직하던 중, 케이티엑스(KTX) 울산역을 유치하는 일로 당시 유치위원회 위원장이던 송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송 부시장은 송 시장 캠프가 정식으로 차려진 2018년 2월부터 캠프 정책팀장을 맡아 공약 관련 업무를 책임졌다. 그는 송 시장 주변 인물 중 경제와 관련한 행정 경험을 갖춘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송 시장 당선 뒤인 지난해 8월 경제부시장(1급)으로 발탁됐는데,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울산시는 경제부시장을 개방직에서 별정직으로 바꾸고, 경제부시장 관할 조직을 기존 3개국에서 5개국으로 늘려 송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시청 주변에서는 송 시장과 그를 ‘송-송 커플’이라 이르기도 했다. 송 부시장의 승승장구가 이른바 ‘김기현 제보’ 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송 시장은 5일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제보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이 갑자기 송 시장 쪽으로 간 데는 2015년 인사 불만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김 전 시장 취임 뒤에도 계속 교통건설국장으로 남길 바랐으나 김 시장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아 불만을 품었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 쪽 관계자는 “박 전 시장과 김 전 시장이 같은 당이었기 때문에, 송 부시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교통건설국장으로) 일하도록 했고, 전문성이 있어 울산발전연구원에서도 일하게 했다”며 “그런데 송 부시장은 자신을 울산발전연구원에 처박았다며 김 전 시장 때문에 인생이 꼬였다고 서운해했다”고 말했다.
송 부시장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이를 가공했다는 의심을 받는 문아무개 행정관은 총리실 민정민원비서관실 소속으로, 2017년 7월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돼 근무했다. 문 사무관의 업무는 친인척이나 고위공직자 등을 감찰하는 감찰팀이 아니라 민정비서관실 내근직이었다. 외부에서 활동하며 비위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아이오’(IO·정보관)와 달리 정책 보고 등의 업무를 주로 맡았다고 한다. 한 전직 특감반원은 “우리처럼 뛰어다니면서 감찰 정보를 다루는 업무는 아니었고, 정책 보고 등 주로 위에서 내려오는 일을 많이 맡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사무관이 어떤 이유로 김 전 시장의 비위를 제보받고, 직접 보고서까지 윗선에 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문 사무관은 6급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수사관 시절에는 주로 부산지검에서 오래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고, 이후 ‘직렬변경 시험’을 통해 검찰 수사관에서 행정직으로 바꿔 청와대에 적을 뒀다.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도 근무했지만,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2014년 7월 국무총리실로 옮겼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직후인 2017년 6월 다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로 파견 오면서 문 사무관의 ‘배경’이 당시 민정비서관실 내부에서도 관심이었다고 한다. 그가 김경수 지사와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도 이미 내부에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최우리 서영지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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