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해 방문 목적, 이름, 연락처를 적고 손 소독을 한 뒤에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구의료원 관계자가 말했다. 20일 대구시 서구에 있는 대구의료원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다. 추가 감염 우려 때문이었다. 어렵게 병원에 들어서자 외래진료소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대구시는 이날 이곳에 이동식 음압병실 7곳을 추가하기로 했는데 관련 작업을 하던 50대 인부가 “보호복을 착용한 채 일하기 힘들다”고 항의한 것이다. 그는 의료원 관계자의 설득으로 이내 보호복을 입은 뒤 공구를 챙겨 작업에 나섰다. 의료원에는 음압병실이 10개 있는데, 코로나19 지역 확산으로 지난 19일 병실이 모두 찼다.
경북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본관 2층에 마련된 코로나19 비상 대응반에는 의료진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병원의 음압병실은 이날 모두 찼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음압병실 8곳 가운데 2곳이 비었는데, 오후에는 8곳이 모두 찬 것이다. 계명대 동산의료원도 음압병실 8곳이 모두 찬 상태다.
20일 대구시 서구의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119구급차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의료시설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구지역 의료기관의 음압병상 65개 가운데 이용할 수 있는 곳은 40개 정도이지만,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매우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 대구시는 이날 현재 지역 확진자가 모두 46명이고, 이 가운데 15명이 의료원 등에 지역 의료기관 음압병실에 입원 치료 중이고 19명은 12개 병실에 입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추가 확진된 나머지 환자의 의료기관 이송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올 경우 음압병실 입원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확진환자가 증가할 경우 음압병실 격리 입원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당국에 중증환자는 음압병실로, 경증환자는 1인1실의 일반 병실에 입원시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현재 방역 대책으로는 지역사회 감염 막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감신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동식 음압병실을 활용하더라도 한계가 분명하다. 대구시의 정책 전환 요청처럼 차선책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당장 의료원 라파엘웰빙센터에 병실 88곳을 확보하는 등 의료원 전체를 재배치해 확진자 확대에 대비할 방침이다.
경북에서도 확진자 수용 시설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북도 음압병실은 동국대 경주병원과 포항의료원 등 2개 병원에 7개 병실밖에 없다. 이 가운데 동국대 경주병원 음압병실은 감염 환자로 모두 찬 상태다. 경북도가 도립의료원인 포항·김천·안동 의료원 3곳을 격리병원으로 지정했지만, 확진자 증가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날 포항에서도 주민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 서구의 대구의료원 라파엘웰빙센터 모습.
의료원 밖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는 마스크를 쓰고 두꺼운 옷을 걸친 1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김아무개(27)씨가 기침을 하며 선별진료소를 나왔다. 김씨는 “며칠 전 열이 나고 기침을 해 병원에 들렀다. 단순 감기라 천만다행이다. 음압병실도 적다는데 확진받으면 어쩌나 걱정했다”고 했다. 그사이 119구급차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싣고 이곳에 도착했다. 흰색 보호복과 보호안경, 장갑으로 몸을 꽁꽁 싼 의료진이 의심환자와 함께 진료소 안으로 들어갔다.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감염 앞에서 지역 의료는 위태로워 보였다.
김영동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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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대구시 서구의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