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부산시청 회의실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과 대형병원 병원장들이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열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17번째~38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동선)를 공개했다. 대형마트·백화점·학교·우체국·호텔 등 시민이 많이 다니는 다중밀집시설이 무더기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소 선별방문소를 두차례나 방문하고 코로나19 검사 뒤에 집에 머물지 않고 돌아다닌 사례도 나왔다.
25일 부산시가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발표한 17번째~38번째 코로나19 확진자의 주요 이동경로를 보면 서구의 30살 여성인 19번째 확진자는 21일 오후 2시25분~오후 5시30분 수영구 망미동 코스트코 부산점, 오후 5시50분~오후 6시30분 민락회센터, 오후 7시~오후 9시30분 해운대구 중동 팔레드시즈콘도에 있었다.
20번째 확진자인 서구의 56살 여성은 21일 오전 10시~10시30분 사하우체국에 있었다. 21번째 확진자인 강서구 18살 여성은 19일 기침을 시작했는데 이날 오후 3시10분~9시40분과 20일 오후 5시10분~오후 8시35분, 21일 오후 2시~오후 8시 강서구 명호고에 있었다. 도서관과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보건당국의 조처에 앞서 이 학생과 함께 공부했던 5~6명을 집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는 자율격리를 시켰다.
22번째 확진자인 강서구의 21살 여성은 19일 열이 38도이고 기침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5시30분~오후 6시40분 이마트 명지점을 방문했다. 25번째 확진자인 해운대구 44살 여성은 21일 오전 10시20~40분 장산초등학교, 오전 11시~오전 11시20분 반여1동주민센터, 오후 9시~오후 9시20분 탑마트(해운대구 선수촌로 119)에 있었다.
장산초등학교는 21일 오전 9시50분부터 졸업식이 있었다. 44살 여성의 아들이 졸업식에 참석했으나 이 여성은 운동장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학교에서 학부모들의 실내 진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학교 쪽의 적절한 조처가 없었다면 몇백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코로나19에 노출됐을 뻔 했다.
28번째 확진자인 수영구 65살 여성은 21일 오후 4시~오후 8시30분과 기침과 두통 증상이 나타난 22일 오후 3시~오후 5시30분 교양문화노래교실(수영구 망미번영로 70번길 165)에 있었다. 확진자가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노래를 불렀다면 노래연습 참가자들의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 이 여성은 22일 오후 6~7시엔 이마트 서면점을 방문했다.
29번째 확진자인 동래구 21살 남성은 21일 오전 8시44분~오전 9시53분 수영구 부산지방병무청을 방문했다. 당시 군입대를 위해 검사를 받던 예비 장병들의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 31번째 확진자인 동래구 22살 여성은 21일 오후 5시~오후 6시 롯데마트 동래점, 오후 6시5~20분 롯데백화점 동래점 삼진어묵을 들렀다.
33번째 확진자인 동래구 20살 여성은 22~23일 확진자가 23명 나온 동래구 온천교회 숙소에서 보냈다. 숙소에서 머문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와 자가격리가 필요하다. 36번째 확진자인 동래구 28살 여성은 21일 오후 4시~4시15분 동래링구아어학원에서 면접을 봤다. 이어 오후 6시30분~오후 10시 다세움교회에 머물렀다.
보건소 선별소를 두차례나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27번째 확진자인 수영구 28살 여성은 21일 오후 2시20~40분 수영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뒤 밤 11시까지 점포 2곳을 돌아다녔다. 이어 23일 오전 11시45분~낮 12시30분 좋은강안병원 선별진료소를 다시 방문했다. 이 여성은 24일 보건소 구급차를 타고 오전 10시30분 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 32번째 확진자인 동래구 21살 여성도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두차례 방문했다. 22일 오후 2시~오후 4시30분과 23일 오후 2시10분~오후 4시15분이다.
수영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하고 사흘 뒤에야 입원한 이유와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두차례나 방문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뒤 확진이 늦어지면 예비 확진자들이 거리를 마구 활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