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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뒤 자가격리자의 불안 “저 방문만 열면 가족 있는데…”

등록 2020-03-02 12:15수정 2020-03-02 14:42

3일째 자가격리 50대 남성 전화인터뷰
“빨리 병원 가야 가족들 안전해지는데
친척이 준 기침 가래약 먹으며 버텨”
병상 부족 자가격리자 대구 1600여명
지난 29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앞에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퇴원하는 코로나19 완치자 3명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지난 29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앞에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이 퇴원하는 코로나19 완치자 3명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방문 열고 나가면 보고 싶은 가족들이 있다. 하지만 나가지 못한다. 같은 집에 살며 아내, 딸, 아들과 전화 통화로 얘기한다. 아내만 가끔 자신이 갇힌 방 안에 음식과 물을 넣어준다. 방문 틈새는 테이프를 붙여 완전히 막았다. 오한이 들고 기침이 나는 등 몸은 더 안 좋아지지만 방 안에서 옴짝달싹을 할 수가 없다. 보건소에 병상을 내달라고 재촉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달려달라”는 대답뿐이다. 확진 판정을 받고 사흘째 방 안에 격리된 김아무개(50·대구)씨의 이야기다.

“신천지 교인도 아니고 그쪽 사람들과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내가 코로나19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어요. 보건소에서는 병상이 없으니 기다리라는 말뿐이고 보건당국에서 지금까지 저를 찾아오거나 먼저 전화를 한 적이 없어요.” 1일 <한겨레>와 한 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지난 24일부터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다. 26일부터 오한과 근육통까지 생겼다. 증상이 악화되자 다음날 오전에 일찍 퇴근해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다. 그날 밤 양성 판정을 받는 악몽을 꿨다. 다음날인 28일 아침, 확진 판정이 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방에 갇힌 그는 가족 생각뿐이다. 자가격리 기간이 길어지며 혹시 가족들까지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밤잠을 뒤척인다. 평소 몸이 약한 아내는 전날부터 근육통이 생겼다고 했다. 그의 가족들은 전날 오후 검체 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병상도 없다는데 만일 내 가족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어쩌지?’ 그는 온통 이 생각뿐이라고 했다.

“내가 사용한 배달음식 용기도 혹시 몰라 버리지 않고 모아두고 있어요. 한밤중에 물이 떨어져도 거실에 나가지 않고 참고 있습니다. 내가 빨리 병원에 가야 가족들이 안전해지는데 병상이 없다고 하니 애가 탑니다. 제발 가족들은 무사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당연하게 느꼈던 일상이 지금은 너무 그리워요.” 계속 기침을 하면서도 자신이 아닌 가족 걱정만 하던 그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보건소 등에서 지급 받은 약은 단 한 알도 없었다”며 “그냥 친척들이 구해다 준 기침 가래 약만 먹고 있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은 대구에 1600명이 넘는다. 대구는 심각한 병상 부족 탓에 확진환자 3명 가운데 2명꼴로 자택에 격리된 상태다. 1일 오전 9시 기준 대구의 확진환자 2569명(사망 8명, 퇴원 2명) 중 898명(35.0%)만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반면 병상이 없어 자가격리된 확진환자는 1661명(64.7%)에 이른다. 대구시는 전날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대구보훈병원, 경북 상주적십자병원 등에 병상을 확보해 확진환자 165명을 추가로 입원시켰다. 하지만 확진환자는 이날 하루 동안(29일 오전 9시~1일 오전 9시) 514명이 늘었다. 추가로 확보한 병상보다 추가 확진자가 3배나 많은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환자들의 건강을 진단해서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신속히 입원 치료해 다시는 자택에서 사망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원 대기 중인 환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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