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부산의 유명 외국어학원이 부산시 역학조사 이동경로에서 처음엔 공개되었다가 하루 만에 빠진 것을 두고 기준이 오락가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학원에는 초·중학생 등 2000여명이 수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36번째 코로나19 확진자(28·여)는 지난달 21일 오후 4시 옛 동래구청 근처인 링구아어학원에 들러 채용 면접을 보고 4시15분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확진자는 23일 오후 3시10분 동래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같은 날 저녁 8시45분 부산대병원 음압병실에 입원했다.
부산시는 역학조사를 벌여 36번째 확진자의 이동경로(동선)를 25일 부산시 누리집에 올렸다가 이튿날 내렸다. 당장 부산시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는 “왜 링구아어학원의 동선이 삭제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부산시가 공개했던 36번째 확진자의 이동경로. 지난달 21일 오후 4시에 방문한 링구아어학원을 넣었다가 이후 삭제했다. 부산시 제공
<한겨레>가 부산시의 협조를 받아 링구아어학원의 폐회로텔레비전을 확인했더니 실제 36번째 확진자는 마스크를 쓰고 복도로 보이는 장소에서 10여분 정도 인터뷰를 봤다. 36번째 확진자와 면접관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면접관 바로 뒤 교실에는 교사 여러명이 있었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교사와 아이들이 교실과 복도를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부산시는 면접관만 2주 동안 자가격리를 지시했는데 해당 면접관은 음성이 나왔다.
부산시 관계자는 “36번째 확진자가 마스크를 썼고 체류시간이 짧았으며 면접관과 대화만 나누어 면접관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 애초 이동경로에 넣지 말자고 했으나 담당자가 잘못 입력했다”며 동선 삭제 과정을 설명했다. 이동경로에 넣지 않기로 했는데 담당자가 실수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공개했던 36번째 확진자의 이동경로. 지난달 21일 오후 4시에 방문한 링구아어학원을 넣었다가 이후 삭제했다. 부산시 제공
그러나 면접자가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데다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도 받은 상황에서 링구아어학원을 이동경로에서 제외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원 근처에 사는 한 시민은 “자가격리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많은 수강생이 수업을 받는 밀집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으로 링구아어학원 이동경로를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부산시의 동선 삭제는 다른 확진자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 부산의 65번째 확진자는 26일 낮 12시55분~1시에 수영구 지에스칼텍스주유소를 들렀는데 감염 우려가 낮은 실외인데도 부산시는 이동경로를 공개했다.
실제 36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사례도 나오고 있다. 36번째 확진자한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54번째 확진자의 바이러스는 이후 그의 수업을 통해 70번째 확진자인 여고생에게 전파되었다.
시민 ㄱ씨는 “복도에서 초등학생들과 교사들이 노출됐는데 면접자만 자가격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확진자가 잠시 다녀간 곳은 공개하고 10분이나 체류한 대형 학원은 배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부산시의 이동경로 공개 원칙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