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공공병원 병동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공공병원이나 보건소 등 공공의료시스템이 감염병 치료에 집중되면서, 이주노동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관리감염병인 결핵 진단을 받고 지난달 4일 부산의료원에 입원해 진료를 받던 베트남 국적의 ㄱ(23)씨는 입원한 지 20여일 만에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산의료원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병상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치료비 문제로 입원 포기하고 집에만 머물렀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입원을 했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보건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립병원 등 공공의료원이 단 한 곳도 없는 광주광역시에선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뒤 5곳 보건소들이 감염병 관리를 제외한 일반 진료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일반 업무 중단에 앞서 지난달 24일 이전까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에 대해 최대 2주 이상의 약을 처방했다.
65살 이상의 노인들은 각종 무료 진료 혜택을 받던 보건소가 일반 진료 업무를 중단하자 불편을 겪고 있다. 보건소를 요긴하게 이용해 온 기초생활수급자 등도 진료·약제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광주에 사는 김아무개(67)씨는 “보건소에서 당뇨병 약을 받아 먹는데 지난번 받은 2주치 약이 떨어지고 있다. 일반병원은 진료비 부담에 가지도 못하는데 큰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의 대구의료원은 지난달부터 전체 병상 373개를 재배치해 확진환자 입원과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경북도도 포항·안동·김천 도립의료원을 모두 비우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된 병원 병상을 챙기는 등 1177개의 병상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부산의료원도 전체 540개 병상 가운데 8병상만 남기고 나머지 병상에서 확진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ㄱ씨 같은 공공의료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기존 환자들은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환자는 긴급한 상황인데도 수술이 미뤄져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고, 또다른 환자는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해 가슴을 졸이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병원급 공공의료원이 사실상 기능을 못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한 의료원 관계자는 “기존 입원환자의 전원도 쉽지 않았다. 방역과 감염병 관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공백을 메울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안타깝다. 시도 확산 방지와 방역에 온 힘을 다하는 중이라 현재로선 여력이 없다.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차후 공공의료 안전망 구축을 더 촘촘히 세우겠다. 지금으로선 양해와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정대하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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