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투표일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수성구갑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저희도 팽팽하다고 생각했지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올 줄 몰랐어요….”
제21대 총선 이튿날인 16일 낮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동네 공원에서는 40대 후반~50대 초반 주민 3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날 선거 결과에 관해 묻자 이들은 하나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수성구갑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9.29%를 득표해 59.80%를 받은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대패했다. 4년 전 얻은 득표율 62.30%가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그냥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이길 것 같다고 하니까 어른들이 투표하러 많이들 갔어요.” 50대 초반인 주민이 귀띔했다. “이분들은 김부겸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문재인과 민주당 욕은 해요. 그럴 때는 꼭 박정희 전 대통령 때를 추억하면서 그때가 살기 좋았다고 해요. 이분들은 절대 바뀌지 않아요. 단지 세대가 바뀌며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화될 것이라고 봐요.” 40대 후반 주민이 말했다.
“지금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난리야. 코로나도 중국인들 들어오게 해서 대구가 이렇게 된 거 아니야. 미래통합당 놈들도 문제지만 민주당은 더 싫어.” 공원 근처에서 만난 주민 박아무개(68)씨는 전날 선거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다짜고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욕을 늘어놨다. 이어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한탄했다. “김부겸이는 좀 안됐지.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번 총선에서 대구의 투표율은 67.0%.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일곱번째로 전국 평균(66.2%)을 웃돌았다. 특히 수성구 투표율은 대구에서 가장 높은 72.8%였다. 4년 전 전국 꼴찌(54.8%·전국 평균 58%)였던 대구 투표율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채장수 경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거대 양당 구도 안에서 대구의 ‘일반적 정서’가 모처럼 투표를 통해 나타난 것”이라며 “대구 다른 지역은 자신이 투표하지 않아도 승패가 뻔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격전지인 수성구만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 그동안 투표 참여에 활발하지 않았던 ‘샤이 보수층’이 자극을 받아 투표율을 높였다. ‘내가 안 움직이면 여기도 민주당이 갖고 간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과 그에 이은 경제적 타격으로 민심이 악화한 속에서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보수층이 대거 투표소로 몰렸다는 것이다. 바로 옆 지역구인 수성구을에서는 38.51%를 득표한 홍준표 무소속 후보가 이인선 통합당 후보(35.77%)와 이상식 민주당 후보(25.13%)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부겸은 낙선했지만 지역주의에 맞선 그의 노력은 대구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구 12곳 선거구 가운데 7곳에 후보를 냈지만, 이번엔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 또 4년 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 대부분 10% 초반~20% 중반 득표율에 머물렀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대부분 20% 중반~30% 초반을 득표했다. 이번 총선 결과 대구 지역 민주당 의원 숫자는 2명에서 0명으로 줄게 됐지만, 대구 전체적으로는 ‘작은 김부겸’들이 계속 등장하고 그에 따른 울림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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