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1동 효목네거리에 전광훈 목사와 미래통합당을 비판하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교인 34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대구사랑의교회는 이곳에서 500m 떨어져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전광훈 키운 미통당(미래통합당)이 진범이다. 광화문집회 방역 어기고 대구버스 49대 1667명 전국 최대 참가.”
대구 동구 효목1동 효목네거리에 내걸린 펼침막에 쓰인 문구다. 보수성 강한 대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이 펼침막에서 동촌유원지 방향으로 500m를 가면 대구사랑의교회가 나온다. 지난 2~3월 신천지 이후 대구에서 최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곳이다.
30일 오전 찾은 대구사랑의교회가 입주해 있는 5층 건물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출입문에는 대구시의 종교시설 집합금지 명령서가 붙어있었다. 공무원들이 나타나 출입문에 시설 폐쇄명령서도 붙였다. 건물 뒤쪽에 있는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대구사랑의교회가 2층(192.43㎡)을 빌려 쓰고 있는 이 건물은 343㎡ 터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다. 건물 옆에는 모텔과 식당 등이 줄지어 있다.
30일 오전 대구 동구 효목1동 대구사랑의교회 출입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교회에서는 전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34명이 나왔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시 역학조사 결과, 이 교회 교인 103명 가운데 46명이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나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대면 예배를 자제해달라는 대구시의 권고에도 이 교회는 지난 23일(88명 참석)과 26일(43명 참석) 대면 예배를 했다. 결국 이 교회에서는 지난 28~29일에만 교인 34명이 코로나19에 집단 확진됐다.
이 교회 확진자 34명 가운데서도 22명이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특히 확진된 교인 가운데에는 대륜중과 대구여고 학생도 포함돼 있어, 이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다. 방역당국은 이 교인 일부가 광화문 집회에서 감염된 뒤 이후 대면 예배를 통해 다른 교인들에게로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동구 방역 차량이 30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1동 동촌유원지 안에 있는 동촌숯불가든 주변을 방역하고 있다. 이 식당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대구사랑의교회 교인들이 식사를 한 곳이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대구사랑의교회 교인들이 함께 식사한 근처 식당 동촌숯불가든도 날벼락을 맞았다. 이날 오후 동촌숯불가든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 교회와 식당이 있는 동촌유원지 일대에는 이날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대구 동구청의 방역 차량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동촌유원지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동촌유원지에서 만난 주민 박아무개(57)씨는 “대구는 이제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 싶었는데 이게 뭔 난리인지 모르겠다. 국가에서 좀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면 되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별나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대구사랑의교회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참석자 명부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등 방역수칙도 어겨 대구시는 이 교회 목사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30일 낮 12시까지 대구에서는 서울 광화문 집회 관련 확진자가 53명(전국 369명)이나 나왔다. 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도 12명(전국 1035명)이 발생했다. 다급해진 대구시는 지난 29일 밤 11시께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대구의 모든 교회에 주일예배 집합금지조치를 내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후 대구시청 상황실에서 감염병 전문가들과 함께 방역대책 전략 자문 긴급회의를 열고 있다. 대구시
개신교 신자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30일 오전 브리핑에서 일부 교회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다수 교회와 시민들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으나 이번 대구사랑의교회 집단감염 발생 사례에서 보듯 소수 교회와 방역수칙 미준수자로 인해 지역사회로의 감염이 확산돼 대구 공동체 전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29일 하루에만 대구사랑의교회 교인 29명을 포함해 모두 30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지난 3월30일(60명) 이후 152일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던 것은 지난 2월28일(741명)이다. 30일 오후 감염병 전문가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연 대구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에 준하는 단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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