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택배기사가 택배업체 대리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택배업체를 상대로 유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일 새벽 6시8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가주동 ㄹ택배 부산 강서지점 하치장에서 이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ㄱ(50)씨가 숨져 있는 것을 동료 택배기사가 발견했다”고 이날 밝혔다. ㄱ씨 옷 호주머니에는 에이(A)4 용지 2장에 프린트한 유서와 손으로 직접 쓴 4장짜리 유서 등 두 종류의 유서가 들어있었다.
경찰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ㄱ씨는 유서에서 “이 일을 하기 위해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에, 전용번호판까지 준비했으나 현실은 200만원도 못 버는 일을 하고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적은 수수료에 세금 등을 빼면 한달 200만원도 벌지 못하는 구역이다. 이런 구역은 소장을 모집하면 안 되는데도 직원을 줄이기 위해 소장을 모집해 보증금을 받고 권리금을 팔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동식 에어컨 중고로 150만원이면 사는 것을 사주지 않았다. 오히려 소장들을 30분 일찍 나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업체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담당구역을 정한다. 이들은 ‘소장’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대리점에 고용된 특수고용노동자이다. ㄱ씨는 지난 2월부터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최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퇴사하려 했으나, 대리점 쪽은 ㄱ씨에게 후임자를 구하지 않으면 퇴사할 수 없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ㄱ씨는 자신의 택배차량에 후임자를 찾는 구인광고를 붙이고 운행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ㄱ씨가 유서에 쓴 것처럼 택배업체가 ㄱ씨에게 갑질을 저질렀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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