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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새벽 4시에 쿠팡 배송하던 60살 숨져…머리맡엔 상자 3개

등록 2023-10-13 11:47수정 2023-10-14 22:44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새벽배송 중 사망
“대문 앞에 호흡 없는 사람” 주민이 신고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쿠팡 본사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60대 쿠팡 하청 택배노동자가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한겨레가 13일 경기 군포경찰서와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택배노조) 등에 확인한 결과, 이날 새벽 4시44분께 경기도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박아무개(60)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빌라 주민의 “호흡하지 않는 사람이 대문 앞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박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쓰러진 고인 머리맡에는 쿠팡 글귀가 적힌 종이상자와 보냉팩 등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박씨의 이날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해 수사 중이다.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가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송 직군이다. 쿠팡씨엘에스는 전국 각 지역 물류업체(대리점)와 배송 위탁 계약을 맺고, 이 업체는 다시 1톤 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와 퀵플렉스 계약을 체결해 배송을 맡기는 원·하청 구조다.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이 과로사로 판명된다면 이는 예견된 참사”라며 “클렌징(쿠팡씨엘에스가 제시한 배송 수행률을 채우지 못할 경우 위탁 하청업체의 배송구역 회수)이란 제도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이 (원청에) 제대로 항의할 수 없도록 만든 구조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낳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택배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 입장에서는 배송구역이 없어지는 건 해고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택배노조·참여연대 등 6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올해 4월 발표한 ‘쿠팡씨엘에스 노동실태조사’를 보면,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31.4%)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택배노조는 국회 국정감사에 쿠팡씨엘에스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달라며 12일부터 100시간 밤샘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국회 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 쿠팡 쪽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장시간 노동 시스템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즉각 감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씨엘에스가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 등을 충분히 지켜왔는지 국감에서 확인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쿠팡씨엘에스는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 배송업체 소속 개인사업자로 경찰이 현재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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