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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과로 중 숨진 쿠팡 하청 기사’ 중대재해법 적용될까

등록 2023-10-16 20:04수정 2023-10-17 12:42

쿠팡CLS는 “개인사업자” 선 긋지만
법원 ‘특고 근로자성 인정’ 오랜 판례
지난 1월10일 이른 새벽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사 관계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0일 이른 새벽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사 관계자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택배기사 박아무개씨가 쿠팡 물품을 배송하다 ‘과로로 숨졌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씨엘에스)는 16일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 사장’인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온 법원 판례와 과로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본 검찰의 유권해석 등을 고려하면, 쿠팡씨엘에스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형사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주 근로시간이 과로사 기준을 넘는 상황에서 숨진 박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다면 박씨 쪽에서 쿠팡 쪽 책임을 묻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관계의 형식보다는 실제 노무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는지 ‘실질’을 살펴왔다. 아무리 보수 지급 방식 등 계약의 외관이 ‘개인사업자’와의 도급 계약이라해도 실제 일하는 방식이 ‘사업주와 노동자’로 간주될 만큼 종속적이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일관된 대법원의 판례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박씨 역시 쿠팡씨엘에스의 ‘하청노동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박씨는 쿠팡씨엘에스와 위탁 계약을 체결한 지역 물류업체(대리점)와 지입계약을 맺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쿠팡의 물건을 전속적으로 배송하는 ‘새벽배송조’로 일해왔다. 쿠팡은 고인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2시간이라고 밝혔는데, 뇌혈관·심장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고용노동부 고시)은 야간근무일 경우 주간근무 시간의 30%가 더해진다. 이 경우 고인의 1주 근로시간은 67시간으로, 과로사 기준(주 60시간)을 넘는다.

택배노조는 “쿠팡씨엘에스는 클렌징(배송 수행률을 채우지 못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하거나 변경)이라는 제도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이 (원청에) 제대로 항의할 수 없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택배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노동자 입장에서는 배송 구역이 없어지는 건 해고나 다름없고, 따라서 계약관계의 형식과 달리 원청의 지배를 받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쿠팡씨엘에스는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전문배송 업체 소속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음에도 택배노조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허위사실 유포를 지속하고 있다”며 법적 조처를 예고했다.

사인이 과로사로 드러나고 박씨의 ‘근로자성’까지 인정된다면 원청인 쿠팡씨엘에스가 형사 책임을 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일선 검찰청에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한 뇌심혈관 질환 등 과로사도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입증된다면 중대재해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원청 대표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지난 7월부터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을 때 근로자성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사업주의 민형사 책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향후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기업의 민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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