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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명절을 전후로 6일간 황금 연휴가 가능하게 됐지만 예외인 노동자들이 있다. 씨제이(CJ) 대한통운 등 다른 민간 택배사들이 연휴 하루 전인 27일부터 10월2일까지 6일간 허브(물류 터미널) 가동을 중단하고 휴식 보장에 나선 반면 쿠팡은 연휴 내내 허브를 가동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쿠팡대책위원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 당일이라도 노동자들이 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는 “쿠팡은 연휴 기간 내내 허브를 가동할 예정이며, 노동자들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쿠팡의 이런 조처는 노동자들에게 물량 쏠림에 따른 과로 위험을 높이며, 연휴 기간 (쿠팡에) 물량을 뺐기는 셈인 타 택배사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들 회사 노동자들의) 휴일 축소 등 ‘택배 없는 날’ 당시와 같은 문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택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택배 없는 날’에도 쿠팡 로지스틱스(씨엘에스·CLS)는 불참하기도 했다.
쿠팡 택배기사 단톡방에 올라온 쿠팡의 내부 공지. 연휴 내내 허브를 가동하며, 인센티브 5만∼10만원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쿠팡은 당시 각 대리점이 쉬는 노동자들을 대신할 ‘백업 기사’를 두고 있어 택배 노동자들이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대체 인력이 없어서 과도한 ‘용차’(대체 인력) 비용을 내야 하거나, 택배 기사가 배달 할당량에 대한 수행률을 채우지 못할 때 행해지는 ‘클렌징’(담당 구역 회수)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택배 기사 윤창의씨는 건강 문제로 4일간 쉬고 나왔다가 과도한 용차(대체 인력)비용을 내야 했다고 증언했다. 윤씨는 “그동안 일하며 쌓인 상처들과 팔목, 무릎 부상 등 몸 상태가 최악이 됐다. 회사(대리점)에 계약된 기사만 100명이 넘었지만 업무를 대신할 백업 기사는 한 명도 없었다”며 “몇 개월 전부터 백업 기사를 구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용차비를 부담하며 쉴 수밖에 없었는데 4일을 쉬고 출근하니 용차비 ‘폭탄’이 던져져 있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쿠팡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국민들께 이야기해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대리점의) 이런 불공정 계약서와 용차 사용을 쿠팡은 알고도 묵인한 것인지, 몰랐다면 관리감독이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수행률이 95% 미만이면 클렌징 대상이 되고, 특히 용차 등의 대체 배송을 구하기 어려운 명절이나 주말 등에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추석 당일 하루를 쉬려면 해고를 각오해야 하는 처참한 상황이 현재 쿠팡 택배 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쿠팡쪽은 한겨레에 “씨엘에스는 타사와 달리 각 대리점이 퀵플렉서에게 용차 비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운영 중이지만, 현행법상 대리점의 운영에 개입할 수는 없다”라며 "연휴 동안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지급되기 때문에 연휴를 피해서 쉬고 연휴 기간에는 업무 하는 것을 희망하는 퀵플렉서들도 상당히 많다"라고 설명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