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지난 7월26일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열악한 노동환경과 불공정 거래 등에 따른 주가폭락으로 미국 현지에서 소송을 당했음에도 쿠팡의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문제 제기에도 쿠팡 쪽은 사실이 아니라거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6일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는 배송기사인 퀵플렉서들의 말을 종합하면, 장시간 노동 문제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야간 배송을 하는 노동자들은 배송 구역을 하루 3번 도는 ‘3회전 배송’에 시달리고 있다. 40대 쿠팡 배송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밤 9시에 출근해 아침 7시 신선식품 배송(로켓 프레시) 시간을 맞추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주 6일 일을 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의를 앞세운 쿠팡씨엘에스(쿠팡 배송회사)의 배송 시스템은 물류 혁신이 아니라 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을 갈아 넣어서 유지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노동시간은 일주일 평균 60시간 넘게 일하다가 지난 2020년 과로사로 숨진 장씨와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규칙에 정한 ‘폭염 속 적절한 휴식’ 권한도 단순한 권고안이라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노조에 가입하고자 하면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경우 1시간마다 15분씩 휴식을 취하게 돼 있지만 실제론 하루 한 번 휴식을 주고 있어, 폭염 속에 일하다 쓰러진 노동자도 있다”며 “산업안전보건규칙 준수 등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 관계자들은 잇달아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 의심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엘지(LG)생활건강, 씨제이(CJ)제일제당 등에 대해 발주를 중단한 바 있으며, 지난달엔 유니레버, 한국존슨앤드존슨 등 다국적기업도 비슷한 이유로 마찰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납품하는 한 중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그나마 쿠팡에 대항이라도 해 보지만, 규모가 더 작은 업체들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 9~10월에 내년도 납품 단가 협상이 시작되는데, 벌써부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정기적인 온열질환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주기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하여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을 부여하고 있다”며 “최근 6년(2018~2023년6월)간 산업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 근로자가 117명(사망 19명)에 이르지만, 쿠팡풀필먼트에선 한 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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