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14시간 노동 떠밀린 쿠팡 기사…물류차 늦는데 정시배송 압박

등록 2023-08-14 07:00수정 2023-08-15 22:17

늦어진 물류차 탓에 2바퀴 돌 배송, 3바퀴씩
쿠팡 “간선차 운행 지속 지연 사실과 달라”
서울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서울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 배송기사. 연합뉴스

쿠팡 퀵플렉스 주간 배송기사인 40대 이아무개씨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오전 9시를 전후해 출근하는 것을 따지면 하루 노동 시간은 14시간에 이른다. 주간 담당이어서 원래 밤 9시 전에 일을 마쳤지만, 최근엔 배송 구역을 3번이나 도는 ‘3회전 배송’을 하는 탓에 퇴근은 더 늦어졌다. 이씨는 “배송을 2회전하는 게 정상인데, 허브캠프에서 오는 간선차량 도착이 늦어지면서 저녁 8시 ‘신선배송’(로켓프레시) 완료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신선배송부터 마치고 난 뒤 남은 물량을 배송하기 위해 한 바퀴를 더 돌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간접고용 형태로 물품을 배달하는 퀵플렉스(퀵플) 기사들이 쿠팡이 요구한 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12∼14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퀵플 기사들은 배송물량이 늘어나는데도 쿠팡이 분류 인력을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배송 기사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쿠팡은 신선배송 등에 힘입어 올 2분기 매출이 58억3788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6% 늘었고, 영업이익은 1억4764만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쿠팡 배송차량 모습. 쿠팡 제공
쿠팡 배송차량 모습. 쿠팡 제공

13일 퀵플 기사와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씨엘에스·CLS) 대리점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간선차량 도착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선에서 일하는 퀵플 기사들이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송 마감 시간을 어길 경우 클렌징(구역 회수·해고)하겠다는 압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의 집까지 배송해야할 로켓프레시의 주간 배송 마감 시간은 저녁 8시, 야간배송은 아침 7시다.

쿠팡의 물품 배송은 물류센터에서 지역별로 물건을 분류해 5톤·11톤 간선차량에 싣고 자동분류시스템(휠소터)이 있는 허브캠프로 이동한 뒤, 여기서 다시 2차 분류를 해 간선차량에 싣고 소캠프로 이동하는 구조다. 퀵플 기사들은 소캠프에서 물건을 받아 1톤 트럭에 싣고 구역별로 배송을 한다. 이때 허브캠프에서 소캠프로 이동하는 간선차량이 늦어지면 퀵플 기사들은 신선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2∼3시간 안에 배송을 마쳐야만 한다.

퀵플 기사 조아무개씨는 “주간배송은 늦어도 오후 3시30분, 야간배송은 새벽 3시30분에 간선차량이 도착해야 신선배송 마감을 맞출 수 있다. 최근엔 오후 4시30분~5시(주간), 새벽 4시30분~5시(야간)까지 늦어지고 있다. 캠프에서 배송구역까지 이동거리를 고려하면 2시간 안에 신선배송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때문에 한꺼번에 물건을 배송하지 못하고, 급한 신선배송부터 끝내고 다시 남은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한 바퀴 더 돈다는 설명이다.

쿠팡의 클렌징(구역 회수·사실상의 해고) 사유. 전국택배노조 산하 쿠팡지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쫓기듯 이뤄지는 배송은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한다. 퀵플 기사 장아무개씨는 “야간배송의 경우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신호위반·역주행까지 감행해 자칫 교통사고가 날 수 있고, 배송하다 넘어져 다치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간선차량 도착시간이 계속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쿠팡의 비용절감 탓”이라고 주장한다. 폭증하는 배송 물량에 견줘 허브캠프에서 물건을 분류하는 일용직인 ‘헬퍼’ 숫자가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일용직’ 형태로 헬퍼를 최소한으로 고용하다 보니, 분류 작업이 늦어져 간선차량이 소캠프에 도착하는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쿠팡 씨엘에스가 직접 운영하는 일산 6캠프에선 지난달 폭염 속에 야간 작업을 하던 헬퍼가 쓰러져 분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4월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클렌징(부당해고) 당한 택배노동자가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4월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열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노동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클렌징(부당해고) 당한 택배노동자가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쿠팡 씨엘에스 대리점 관계자인 신아무개씨는 “간선차량이 늦어질 경우, 신선배송 마감시간도 늦춰달라고 호소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며 “배송시간을 못 맞추는 ‘던미스’가 발생할 경우, 수행률이 떨어져 클렌징(해고) 사유가 되는 까닭에 대리점도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배송 마감시간이 닥쳐오면 쿠팡 모니터링 요원이 분 단위로 카톡을 보내 압박한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쿠팡지회는 쿠팡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13일 “예측하기 어려운 배송 물량의 급작스런 증가에 따라 일시적이고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간선차량 운행이 지속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간선차량 운행 지연으로 인해 퀵플렉스 기사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일부 택배 노조원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악의적 주장이다”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쿠팡은 지난 8일 한겨레신문 8월7일자에 실린 “800원 받으려 38㎏ 에어컨까지”…쿠팡의 ‘무조건 배송’ 원칙 기사에 대해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한겨레’에 등기우편으로 보내온 바 있습니다. 쿠팡은 이번 기사에 대해서도 “일부 캠프에서 일어나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반론을 보내와 이를 기사에 반영했습니다. 쿠팡은 이외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장(캠프)를 정확히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부돼 반론권이 제약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쿠팡 간선차량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퀵플렉스 배송 기사들의 3회전 배송과 장시간 노동은 상당수 캠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정 캠프’를 알려달라는 쿠팡 쪽의 요구는 반론권 차원이 아닌 제보자들의 신원 노출 위험과 함께 향후 기업 내 문제를 밝힐 제보자들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이를 거절한 것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쿠팡이 해당 기사에 대해 기자에게 보내온 내용 전체를 공개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배송물량의 급작스런 증가에 따라 일시적이고 예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간선차량 운행이 지속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특히, 간선차량 운행 지연으로 인해 퀵플렉서분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일부 택배노조원들의 주장은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악의적인 주장입니다.

당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장(캠프)를 정확히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당사의 요청은 거부되었습니다. 이는 사실과 다른 제보를 토대로 한 언론보도에 대하여 당사의 입장을 충분히 반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서, 당사는 이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만일 예외적인 사례나 확인되지 않은 사례들을 일반화하여 보도할 경우,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음을 숙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EU 경쟁당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메가 캐리어’ 뜬다 1.

EU 경쟁당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메가 캐리어’ 뜬다

‘차기 총리설’ 이창용 “경제 어려운데 한은 총재 충실하겠다” 2.

‘차기 총리설’ 이창용 “경제 어려운데 한은 총재 충실하겠다”

기준금리 연 3%로 깜짝 인하…15년 만에 두 차례 연속 내려 3.

기준금리 연 3%로 깜짝 인하…15년 만에 두 차례 연속 내려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4.

삼성전자 인사 쇄신은 없었다

최상목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 법안 수용 불가…거부권 건의” 5.

최상목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 법안 수용 불가…거부권 건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