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덕천동의 한 가게에 내걸렸던 안내문. 지금은 사라졌다. 국제신문 제공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혐오와 차별입니다. 만덕동 주민이 원하는 것은 결코 몇 푼의 돈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더는 확산하지 않고,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고, 코로나19로 낙인찍혀 차별받고 배제되는 사람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노기섭 부산시의원(부산 북구 만덕·덕천동)은 291회 부산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마지막 날인 23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코로나19 낙인, 만덕동은 억울합니다’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부산시의 대책과 시민들의 따뜻한 위로를 호소했다.
부산 북구 만덕동은 지난 2일 전국 최초 동 단위 코로나19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됐다. 9월부터 20명 이상의 확진자가 만덕동에서 계속 발생하자 부산시는 만덕동을 15일까지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14일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5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특별방역구역 기간은 29일까지로 연장됐다.
노 의원은 동 단위 특별방역구역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도 못 미치는 방역 정책으로 무엇하나 해결된 것도 없으면서 주민들에게 고통만 주고 있다”고 했다.
만덕동의 방역지침과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수도권 등의 방역지침이 크게 다른 것이 없는데 만덕동만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해 ‘코로나 동네’라는 낙인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시는 만덕동을 특별방역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소공원 18곳을 폐쇄하고,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은 출입장 명부 관리, 유증상자 출입 제한, 마스크 착용 등의 조처를 했을 뿐이고 실내 50명 미만과 실외 100명 미만 모임 허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수준의 조처는 하지 않았다.
노 의원은 만덕동 주민들의 고통이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어느 가게에서는 ‘만덕동에 사시는 분은 출입을 제한합니다. 만약 출입하였을 경우 구상권을 청구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고 했다. 또 “자영업자는 텅 빈 동네에서 수입이 없어 집세도 낼 수 없는 지경이 되었고, 심지어 새집을 얻어 이사를 하려다 코로나19 낙인으로 기존 살던 집의 매매계약이 해지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덕동이 전국 최초 '맞춤형 핀셋 대책'이라며 행정명령으로 특별 방역조치가 내려진 뒤 코로나로 고통받는 만덕주민들에게 불에 기름을 붓듯 코로나19라는 낙인이 찍혀버렸고 배제와 혐오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했다.
행정당국의 각별한 관심과 대책을 촉구한 그는 “저희 만덕동 주민들은 기꺼이 우리들의 아픔과 눈물이 우리 부산에 곧 닥칠지도 모르는 고통을 씻겨 줄 마중물이 될 것이다. 부산시는 핀셋 특별 방역조치에 따른 후속 대책과 지원 방안을 즉각 마련해 주실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고통받는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 하나하나 섬세하게 준비하고 펼쳐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노 의원은 “코로나19는 만덕동이라는 지역만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우리 모두가 마주한 문제였고, 당분간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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