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9·11 테러 뒤 본토방어 강화라는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동맹을 재편·강화해 미국 패권주의의 도구를 활용하고자 했다. 사진은 ‘전략적 유연성 수용 반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군기지 이전에서 전략적 유연성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상관없이
한-미 동맹 흔든 급격한 변화 뒤엔
돕지 않으면 안보도 없다는 협박이 있다
부시의 오만 앞에 입 다문 참여정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상관없이
한-미 동맹 흔든 급격한 변화 뒤엔
돕지 않으면 안보도 없다는 협박이 있다
부시의 오만 앞에 입 다문 참여정부
포커스
21세기 들어 한미동맹이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김대중 정부 말기 때인 2002년 12월 제34차 한미연례안보협력회의(SCM)에서는 한미동맹 재편을 추진하기 위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를 발족하기로 합의되었고, 2003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04년 10월에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안이 국회 비준절차를 거침에 따라, 용산기지와 2사단을 평택권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2005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의 지역적 역할 강화 및 가치 동맹으로의 발전을 골격으로 하는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 공동선언’이 채택되었고, 2006년 1월 한미간의 첫 전략대화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 정도면 지난 5년간의 변화가 이전 50년의 변화를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짧은 시간에 한미동맹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한국의 국력이 대폭 신장된 만큼, 좀더 대등한 동맹으로의 발전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한미동맹은 대등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패권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또한 당초 정부는 한미동맹 재편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진전에 있거나 그 이후로 상정했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이에 대한 보수진영의 공세가 강화되자, 김대중 정부는 주한미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첫째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둔하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한미간의 문제이지 남북이나 북미간에 논의될 사안이 아니고, 둘째 평화체제 구축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때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반도의 모든 군대의 구조나 배치문제 논의가 가능하며, 셋째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통일이 이뤄진 후에도 미군은 동북아지역의 안정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뒤이어 집권한 노무현 정부 역시 ‘3단계 평화 정착 방안’을 발표하면서, 1단계: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2단계: 한미동맹 관계의 변화 모색→3단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의 제도화 및 유엔사 역할 조정과 주한미군 역할 변경’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은 한미동맹의 재편은 평화체제 구축과 병행되거나 그 이후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한미동맹 재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미 양국은 2002년 12월에 열린 SCM에서 한미동맹 재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시점은 북미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2차 북핵문제가 발생하고,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이 미흡한 때였다. 한반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던 시점에 한미동맹 재편이 시작되었고, 북핵문제 등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진전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맹 재편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이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써, 결국 한미동맹 재편의 근본적인 요인이 한국쪽 요인이 아니라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시 “동맹은 나의 힘”
1990년대 초반부터 네오콘을 중심으로 입안되어왔고,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결정 수준으로 격상된 미국의 신군사전략의 요체는 군사 패권 전략에 있다. 이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으면서,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9.11 테러 이후 취약성이 드러난 미국 본토 방어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동맹을 재편·강화해 미국 패권주의의 도구로 활용코자 했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동맹을 어떻게 간주하고 있을까? 이는 미국 군사안보전략의 최고급 문서라고 할 수 있는 <4개년 국방정책 검토 보고서>(QDR)와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비교적 잘 드러난다. 먼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30일 발표된 QDR에서는 “해외에서 (미국의) 안보협력에 기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을 때에만, (동맹국) 자신의 안전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을 돕고 위험을 짊어질 의사가 없다면,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도 없다는 취지로서, 거의 동맹국에 대한 협박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01년 QDR에서는 “서유럽과 동북아에 집중된 미국의 해외 군사력은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최초로 천명했다. 흔히 GPR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이후에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 QDR이 동맹 재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면, 2002년 9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동맹재편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관계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미일동맹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지역적·세계적 문제들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일동맹을 아태 전략의 기축(基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 및 태도는 2006년 QDR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서는 정적인 동맹에서 역동적인 동맹을 추구하고, 해외주둔 미군의 유연성을 제고하며, 동맹·우방국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동맹은 “미국의 힘을 낳는 가장 큰 원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동맹을 미국 패권 강화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예방하고자 하는 ‘부시 독트린’에 따라 국방부는 동맹국들과 이러한 접근이 가능한 전략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혀, 동맹 재편의 방향을 ‘부시 독트린’에 맞춰나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할 말은 한다’던 노무현 대통령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동맹 재편 및 GPR이 대중국 전략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주지하듯이,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미국 패권주의에 순응하면서 미국을 도우면 지분을 차지할 수 있으나, 미국 패권에 도전하면 불행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2006년 QDR에서는 이를 위해 “동맹·우방국들의 능력을 제고하고 그들의 취약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들 국가와의 통합은 가속화하되, 적대국들이 이러한 통합을 해체하려는 노력은 어렵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부상하는 강대국들의 지역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를 좌절시키기 위해” 미국은 주둔 태세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의 GPR은 이의 기초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동맹 재편 및 통합 강화, 그리고 GPR의 목적이 “어떠한 잠재적인 적대국도 무력 충돌에서 이길 수 없고,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군사적 패배를 넘어 중대한 전략적 위험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는데 있다”고 밝혔다.
동맹 재편 및 GPR이 ‘테러와의 전쟁’이나 ‘WMD(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중국 전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는 동맹을 패권 강화의 도구로 인식하면서 출범 초부터 동맹 재편에 들어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미국에게 할말은 하겠다”며 대등한 한미관계를 주창했던 노무현 정부는 말과는 달리 미국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줌으로써, 한미동맹을 미국 패권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시의 오만함과 참여정부의 부실함이 한미동맹을 굴절시키면서, 국민 모두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담과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네오콘을 중심으로 입안되어왔고,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결정 수준으로 격상된 미국의 신군사전략의 요체는 군사 패권 전략에 있다. 이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사전에 억제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으면서,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9.11 테러 이후 취약성이 드러난 미국 본토 방어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동맹을 재편·강화해 미국 패권주의의 도구로 활용코자 했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는 동맹을 어떻게 간주하고 있을까? 이는 미국 군사안보전략의 최고급 문서라고 할 수 있는 <4개년 국방정책 검토 보고서>(QDR)와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비교적 잘 드러난다. 먼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30일 발표된 QDR에서는 “해외에서 (미국의) 안보협력에 기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을 때에만, (동맹국) 자신의 안전도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을 돕고 위험을 짊어질 의사가 없다면,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도 없다는 취지로서, 거의 동맹국에 대한 협박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01년 QDR에서는 “서유럽과 동북아에 집중된 미국의 해외 군사력은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최초로 천명했다. 흔히 GPR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이후에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 QDR이 동맹 재편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면, 2002년 9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동맹재편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관계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미일동맹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지역적·세계적 문제들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일동맹을 아태 전략의 기축(基軸)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북한에 대한 경계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한미동맹을 ‘지역동맹’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맹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 및 태도는 2006년 QDR에서 더 잘 드러난다. 이 보고서에서는 정적인 동맹에서 역동적인 동맹을 추구하고, 해외주둔 미군의 유연성을 제고하며, 동맹·우방국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면서, 동맹은 “미국의 힘을 낳는 가장 큰 원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동맹을 미국 패권 강화의 도구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보다는 이를 예방하고자 하는 ‘부시 독트린’에 따라 국방부는 동맹국들과 이러한 접근이 가능한 전략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혀, 동맹 재편의 방향을 ‘부시 독트린’에 맞춰나갈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할 말은 한다’던 노무현 대통령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동맹 재편 및 GPR이 대중국 전략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고 밝힌 부분이다. 주지하듯이,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미국 패권주의에 순응하면서 미국을 도우면 지분을 차지할 수 있으나, 미국 패권에 도전하면 불행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2006년 QDR에서는 이를 위해 “동맹·우방국들의 능력을 제고하고 그들의 취약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이들 국가와의 통합은 가속화하되, 적대국들이 이러한 통합을 해체하려는 노력은 어렵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부상하는 강대국들의 지역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 강화를 좌절시키기 위해” 미국은 주둔 태세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방부의 GPR은 이의 기초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동맹 재편 및 통합 강화, 그리고 GPR의 목적이 “어떠한 잠재적인 적대국도 무력 충돌에서 이길 수 없고,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군사적 패배를 넘어 중대한 전략적 위험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는데 있다”고 밝혔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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