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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유튜브 괴담을 밀실미스터리 소설로 [책&생각]

등록 2022-11-11 05:01수정 2022-11-11 09:24

이상한 집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l 리드비(2022)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작가와 번역가를 대체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기 전에 인공지능이 인간 작가와 번역가의 일을 빼앗을 만큼 발달하는 때쯤에는 소설 독자가 남아 있기는 할지 하는 걱정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실로 여가와 오락의 수단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을 유튜브가 대체한 지는 오래됐고, 책과 관련한 시장은 줄어간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정보를 해독하는 방식이 이미지, 음향,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기호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상황이 문자 중심 매체인 책에는 가장 위협이 되는 점이다.

일본 괴담 미스터리인 <이상한 집>은 이런 유튜브 시대가 만들어낸 소설이다. 작가인 우케쓰는 먼저 호러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지명도를 얻었다. 일본 추리 만화의 범인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타이츠, 하얀 가면을 쓰고 방송하는 그가 제보 받았다는 설정의 가상 괴담 중 ‘부동산 미스터리 이상한 집’ 영상이 널리 화제를 끌자, 거기에 확장된 전개를 더해 집필한 소설이 바로 <이상한 집>이다.

두 장의 평면도를 보았을 때 느낀 위화감에서 시작한 <이상한 집>은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띤다. 집의 구조로써 살인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자를 해독하는 동시에 평면을 보고 머릿속으로 입체를 구축하는 공간 지각력이 필요한 밀실 미스터리는 태초부터 다중문해력을 요구하는 장르이다. 이 소설은 거기에 도시전설 유의 유사 실화성을 가미했다.

소설의 발단은 유튜브 영상과 동일하다. 어느 날 필자에게 도쿄 도내 어떤 집의 평면도가 전해진다. 이 집의 1층,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빈 공간이 있다. 더 이상한 건 2층이다. 2층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아이 방은 창문도 없고 이중문으로 연결되었다. 욕실과 샤워실로 가려면 다른 방을 통해 나가야 한다. 어째서 이런 집을 지었을까? 특이한 집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 추측은 점차 살인 사건 추리로 확장한다.

이 부동산 괴담은 2년 전 우케쓰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고 2022년 11월 현재는 조회수가 1174만회에 이른다. 이 평면도에 대한 많은 해석이 나왔고, 국내 건축가들의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에 대한 추측을 다루기도 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네트워크를 타고 퍼져 현대 구전 전설의 형태로 확장되며 공동 창작을 일으킨 것이다. 작가는 이를 민속학적 결말이 있는 미스터리로 바꾸었다. 영상 자막 같은 문체는 단조롭고 현실적 논리는 부족하지만, 하나의 평면도가 또 다른 평면도로 이어지며 계속 사건이 커지는 형식이나 으스스한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능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소설로서도 성공을 거두며,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분야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유튜브 영상으로 끝날 이야기를 완결성 있는 소설로 바꾸려 한 시도가 흥미롭다. <이상한 집>은 유튜브가 엔터테인먼트의 대세가 되는 이 시대에서 소설의 기능을 영리하게 잡아낸 결과물이다. 짧은 영상이 주는 강렬한 공포심을 유지하면서도 행간의 의미를 상상력으로 파헤치는 문장의 재미를 주는 <이상한 집>, 한 가지 서사를 여러 다른 장르가 공존하며 구성하는 다중문해력 시대의 소설이다.

박현주/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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