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상·김제곤·안도현·유강희·이안 외 지음 l 상상 l 1만4000원 올해 동시는 크게 성장한 모양새다.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 편집위원인 이안 시인은 “기성 시인들이 동시 쪽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우리 동시의 체력이 강해지고 다양성도 생겼다”고 말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쓴 소설가 이만교도 ‘까진’ 동시를 보탰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선 신간 동시집을 보기 쉽지 않다. 그 많은 동시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엄마 아빠도 알 수 없는 ‘나’와 같은 마음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엄마 아빠 다툰 날,/ 두 사람 사이에 낀 나/ 끔찍해// 더 끔찍한 건/ 이종우와 고아라 사이에 내가 끼여 삼각관계가 됐다는 소문이 돈다는 거지// 정말,/ 더욱더 끔찍한 건/ 엄마와 아빠가 다퉈 벌어진 틈/ 어떻게 메워야 하나 생각하느라/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야// 진짜,/ 말도 안 되게 끔찍한 건/ 이종우와 고아라 사이에 엄청나게 큰 틈이 생기길/ 바라고 있는 거지”(‘틈바구니’, 박소이) 이런 마음은? “서점에 갔다/ 윤지가 읽는다고 했던// 책이 같은 걸로 두 권 나란히/ 꽂혀 있기에// 가만히/ 그 앞에 머물렀다// 그 안에/ 윤지가 습지에 사는/ 곤충처럼// 밤과 낮을/ 지내고 있을 것 같았다// 윤지는 물론/ 지난여름에/ 이사 간 아파트에, 그대로// 그 애가 좋아하는/ 식물들의 산책로 너머// 수많은 윤지들의 창문/ 안쪽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윤지가 좋아하는 그 책은 결국 열어 보지 않기로 했다// 왠지 나 모르게,/ 놀고 있을 것 같았다”(‘겨울 채집’, 전율리숲) 그러니 도서관 예산을 축소하겠다는 어른들이 고울 리 없겠다. 곱지 않다. 아이들의 눈을 좇는다면 그리운 건 그립고 고운 건 고울 뿐이라, 사랑해 떠난다느니 부러우면 진다느니 말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아이의 시구이긴 어렵지 싶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쓴 소설가 이만교의 동시 ‘할머니 문방구1’엔 악동의 마음이 재현된다. 그림 김서빈. 상상 제공
2021년 11월~22년 10월 발표된 신작 동시 가운데 63편을 엄선해 엮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2>의 출간 간담회가 21일 서울 서초구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기획총괄을 맡은 안도현 시인이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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