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동물과 인간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이정전 지음 l 여문책 l 1만8000원
“짐승 같은 놈!” 이 말은 상대를 비난하는 데 쓰는 말이다.<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은 이러한 말을 자주 사용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되묻는 책이다. “그럼 당신은 짐승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까?”
저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동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최근까지 답해온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 결과와 주장을 소개하며 동물에 관한 인간의 뿌리 깊은 편견을 하나씩 드러낸다. 책장을 넘기면 인간처럼 사랑에 빠지고, 자기희생을 하며, 서로 협동하고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이 펼쳐진다. 특히 ‘동물도 서로 속이고 사기를 친다’는 대목에선 ‘너무나 인간적인’ 동물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헤엄치는 속도가 느린 아귀는 머리끝에 있는 돌기를 먹이처럼 보이게 해 작은 물고기들을 유인해 삼켜버린다. 깡충거미는 다른 거미의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는데, 거미줄 주인이 먹이로 착각해 다가가면 오히려 깡충거미의 먹이가 된다. ‘매가 나타났다’는 신호를 내서 다른 새들이 달아나면 먹이를 가로채는 새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과 비슷한 동물들의 특성만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른 동물 책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눈앞의 이익만 좇고, 매번 착각에 빠지며,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특성을 실제 사례들을 통해 짚는다. ‘인간은 이성에 따라 행동한다’는 믿음으로 동물을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편견을 깨려는 것이다. 저자가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에 집중하는 건 동물에 대한 인간의 근거 없는 편견과 무분별한 혐오를 환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결국 책이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공존’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