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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김개미 - 전화하지 않았다

등록 2023-10-27 05:00수정 2023-10-27 09:43

샤워를 하고 차를 마셨다
전화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보고 음악을 들었다
가끔 전화기를 쳐다보았지만
전화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목욕시키고 간식을 주었다
조금 화가 났지만
전화하지 않았다

과자를 먹으면서 책을 읽었다
왜 매번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지?
따지고 싶었지만
전화하지 않았다

피자를 먹으면서 맥주를 마셨다
사과하게 될까 봐

전화하지 않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전화하려고 마음먹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김개미의 시, ‘자음과모음 2023 가을’(58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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