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심연
깊은 바다에 숨겨진 생물들, 지구, 인간에 관하여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l 시공사 l 2만3000원
심해 탐사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의 태평양 심해 탐사 지원용 잠수함. 태평양/신화 연합뉴스
지구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의 평균 수심은 4㎞다. 희미한 햇빛이 도달하는 수면 200m 아래부터는 ‘심해’가 시작된다. 영국의 해양생물학자인 지은이는 “우리의 미래는 심해에서 일어나는 일에 달렸다”고 역설한다.
바다는 인간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에 갇힌 열의 90% 이상을 흡수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계 육지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6도 이상 높아져 미국 전역에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섭씨 71도를 웃돌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또 해양심층수는 기후를 개선하고 지구 생명체의 생존이 가능하게 하는 지구 순환 시스템의 일부로 기능한다. 적도에는 항상 태양 복사선이 강하게 내리쬔다. 바닷물이 정지해 있다면 적도는 지속적으로 뜨거워지고, 극지방은 점점 더 차가워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다의 표층류에 흡수된 적도의 열이 바람의 영향으로 적도의 북쪽과 남쪽 방향으로 분산된다. 북극에서는 차갑고 염도가 높은 상층의 바닷물이 심층으로 가라앉아 남쪽으로 흐른다. ‘해양 컨베이어 벨트’라고 부르는 이 해양 대순환은 지구 기후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은이는 “지구온난화로 지난 수십 년간 이 순환의 일부가 불안정해졌다는 징후가 있다”고 우려한다. 영화 ‘투모로우’(2004)는 이 균형이 깨져 불어닥친 기후재앙을 다룬 바 있다.
심해의 아름다운 생태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지은이는 심해 어업과 채굴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무조건적인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어 치명적인 기후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식량과 에너지 생산, 운송 수단, 건축, 냉난방 등(의 분야에서)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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