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가 독자에게
매번 그렇듯, 북한의 대응방식이 도무지 마뜩찮지만 오죽해서 저러랴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국 일본, 또 시작했구나 싶기도 하다. 벌써 몇번짼가. 거의 주기적으로 같은 주제 같은 모양새로 판박이 공연을 해대니 몹시도 지겹다. 그럼에도 온갖 신문 방송들이 대란이라도 일어날듯 매일같이 떠들어대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핵에서 미사일로, 다시 핵으로 가다가 납치문제로, 인권으로 가는가 했더니 다시 핵, 미사일로. 이 정해진 레퍼토리를 끝없이 반복하는데, 좀 뭐가 되려나 싶든지 어째 꾀 오랫동안 잠잠하네 싶으면 거의 어김없이 같은 주제로 다시 시작한다.
이런 생각도 든다. 개인이면 혹 모르겠지만 2천만명이 넘는 거대집단이 그야말로 이유없이 집단적 자살을 감행한다는 게 도대체 가능한 얘긴가? 군국 일본이 한때 ‘옥쇄’니 ‘가미카제’니 떠들었지만 그건 집단 전체의 소멸을 도모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본거지의 피붙이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었던가. 들쥐류에서 집단투신이란 이상행동이 관찰된 사례는 있다고 들었지만…. 북한이 설사 핵탄두 따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대륙간탄도탄 수준의 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해서 미국 본토나 일본열도로 한 방 날려보냈다 치자. 그러면 도대체 북한이 온전할까?
1만기 이상의 핵탄두에다 복수의 개별목표물 동시타격이 가능한 다탄두까지 개발해 지상뿐만 아니라 바다와 공중에까지 잔뜩 배치해두고 미사일방어다 뭐다해서 날아오는 상대방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미국이나, 무기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H2A 로켓에 수천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핵재처리 시설에 아시아 최강의 해군까지 갖춘 일본이 북한의 선제공격 한 방에 그냥 나가떨어질까? 북한이 그야말로 지구상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집단자살을 감행하지 않고서야 어찌 미사일을 미국 일본쪽에 날려보낸단 말인가? 미국과 일본, 이젠 제발 좀 그만 북한 이용해먹어라, 이런 생각 틀렸나?
이번 호부터 컬러면이 6면 더 늘었고, ‘책쟁이, 글쟁이’ 연재가 앞쪽으로 나가는 등 일부 면배치도 바뀌었다. 좀 더 나은 지면을 위한 이런 노력을 독자 여러분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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