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
“한국 작가들이 이렇게 큰 행사를 치르는 게 처음이라 여러 가지로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점 사과 드립니다.”
9일 오전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의 학술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이영진 총감독이 예정에 없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날 저녁 개막식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치러진 데 이어 이날 학술 프로그램의 시작 역시 예정보다 30분 정도 늦어진 데 대해 사과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41개 나라 작가들의 총의를 모아 오는 11일 ‘전주선언’을 채택하고자 합니다. 초안을 작성하고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영진 총감독의 발언은 이번 행사가 겨냥하는 목표와 현주소, 주최측의 원대한 의욕과 제한된 역량을 한꺼번에 말해 주는 것이었다.
전날 개막식이 열린 전북대 삼성문화관 앞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서울은 물론 부산과 대구, 광주,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문인들이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환한 얼굴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전주가 고향인 소설가 최일남씨, 80년대의 고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소설가 송기숙씨 같은 칠십대 노작가들부터 김선우·김이은·홍기돈씨 등 70년대산 젊은 문인들까지 노소가 허물없이 섞였다. 여기에다 먼 길을 날아온 아시아와 아프리카 작가들까지 어우러져 문학은 마침내 국경과 언어마저 뛰어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백낙청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에서부터 상황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연단에는 미리 작성한 연설문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즉석에서 행한 백 위원장의 연설은 제대로 통역되지 못했다. 고은 시인이 기조 연설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연설과 영문 자막은 잘 맞지 않았다.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과 문화관광부 국장까지 번거롭게 이어지는 축사는 아예 통역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70명 가까운 외국 문인이 한꺼번에 참가하다 보니, 다섯 개로 나뉜 세션은 거의 이 ‘손님들’ 위주로 꾸려졌다. 개별적인 낭송과 독자와의 만남 등이 마련된 이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한국 문인들에게는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일선 학교에서 ‘문학교실’을 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외국 문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는 사실상 원천봉쇄되었다. 미국의 한 국제 창작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익힌 아프리카 문인들을 보고자 서울에서 온 시인은 주최측의 ‘횡포’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시인은 그래도 전주까지 내려왔지만, 상당수의 한국 문인들은 행사 자체를 사실상 ‘보이코트’했다.
행사 유치를 결정하고 실제로 치르기까지 시일이 너무 짧았다는 점, 주최측의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는 바람에 감당이 안 되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현장에서 실무를 준비하는 이들과 서울의 집행부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그렇지만 외국 문인들은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은 주최측의 실수를 너그러운 웃음으로 이해해 주었다. 세계 문학사에서 이번 대회가 지니는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9일부터 시작된 발표와 토론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다. 황석영씨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만남이 늦었지만, 일단 만났으니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러 모로 서툴렀던 앞의 절반에 비해 남은 절반에 더 큰 기대와 지원을 베풀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행사 유치를 결정하고 실제로 치르기까지 시일이 너무 짧았다는 점, 주최측의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인원을 참가시키는 바람에 감당이 안 되었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현장에서 실무를 준비하는 이들과 서울의 집행부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그렇지만 외국 문인들은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은 주최측의 실수를 너그러운 웃음으로 이해해 주었다. 세계 문학사에서 이번 대회가 지니는 의미를 높이 평가하면서 9일부터 시작된 발표와 토론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다. 황석영씨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로 상황을 정리했다. “만남이 늦었지만, 일단 만났으니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러 모로 서툴렀던 앞의 절반에 비해 남은 절반에 더 큰 기대와 지원을 베풀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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