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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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김보영 외 지음/창비·9000원 20대 이상의 에스에프 팬인 독자라면 지난날을 돌이켜 보자. 언제, 어떤 계기로 이 독특한 분야에 몰입하게 되었는지를. 십중팔구는 장쾌하고 기발한 설정,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낯설고 기묘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에스에프에나 나오던 ‘21세기’다. 21세기라면 이젠 에스에프도 우리 일상에 밀착되어가는 시대여야 하지 않을까? 과학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으니, 어느덧 에스에프의 미래세상이 점점 현실과 중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에프의 시공간은 더 이상 먼 우주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서도 마땅히 찾아볼 수 있는 배경이어야 옳다.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는 우리나라의 창작 에스에프도 이제 그런 현실적 설득력 내지는 섬세한 디테일의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집이다. 특히 21세기에 처음으로 10대 시절을 보내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첫 경험’을 선사할 에스에프로 손색이 없다. 예를 들어 배명훈의 〈엄마의 설명력〉은 독자에게 한판의 흥미진진한 게임을 걸어오면서 청소년 독자들에게 ‘독서’와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경쾌한 화두를 던져 준다. 지동설이 진리인 세상에서 천연덕스럽게 천동설을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능청맞음은 가히 거짓말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소연의 〈비거스렁이〉는 초보 에스에프 작가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를 훌쩍 뛰어넘어 숙련된 세공사의 솜씨를 보인다. 시공간의 틈새로 사라지곤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반드시 딱딱한 차원 이론이나 시공간 연속체 등의 물리학 용어를 동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에스에프에 대한 상당한 공력을 쌓으면 얼마든지 감성적인 접근으로 설정을 이해시킬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의심할 바 없이 현재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에스에프 작가들이 망라된 작품집이다. 듀나처럼 이미 1990년대부터 입지를 굳힌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에스에프계의 신진들로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꿈틀거리는 잠재성을 유감없이 쏟아내었다.
에스에프라는 분야에 대한 연대의식을 대부분 공유하고 있으나 장차 주류 문학계에까지도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법한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시대에는 에스에프라는 분야에 입문하는 길이 외국 작가가 쓴 낯선 배경과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땅의 청소년들은 이 창작집을 통해 우리 작가의 작품으로 에스에프라는 독특한 세계에 눈뜰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미래에 우리는 우리 고유의 에스에프 담론장을 고민하고 창출해내어야만 하기에, 청소년 때부터 다양하고 세련된 창작 에스에프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소중한 일이다.
박상준/월간 〈판타스틱〉 편집위원
psj@fantastique.co.kr
김보영 외 지음/창비·9000원 20대 이상의 에스에프 팬인 독자라면 지난날을 돌이켜 보자. 언제, 어떤 계기로 이 독특한 분야에 몰입하게 되었는지를. 십중팔구는 장쾌하고 기발한 설정,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했던 낯설고 기묘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에스에프에나 나오던 ‘21세기’다. 21세기라면 이젠 에스에프도 우리 일상에 밀착되어가는 시대여야 하지 않을까? 과학기술이 무섭게 발전하고 있으니, 어느덧 에스에프의 미래세상이 점점 현실과 중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에프의 시공간은 더 이상 먼 우주뿐만 아니라 우리 곁에서도 마땅히 찾아볼 수 있는 배경이어야 옳다.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는 우리나라의 창작 에스에프도 이제 그런 현실적 설득력 내지는 섬세한 디테일의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집이다. 특히 21세기에 처음으로 10대 시절을 보내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첫 경험’을 선사할 에스에프로 손색이 없다. 예를 들어 배명훈의 〈엄마의 설명력〉은 독자에게 한판의 흥미진진한 게임을 걸어오면서 청소년 독자들에게 ‘독서’와 ‘이야기’의 본질에 대해 경쾌한 화두를 던져 준다. 지동설이 진리인 세상에서 천연덕스럽게 천동설을 깔고 전개되는 이야기의 능청맞음은 가히 거짓말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정소연의 〈비거스렁이〉는 초보 에스에프 작가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를 훌쩍 뛰어넘어 숙련된 세공사의 솜씨를 보인다. 시공간의 틈새로 사라지곤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반드시 딱딱한 차원 이론이나 시공간 연속체 등의 물리학 용어를 동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에스에프에 대한 상당한 공력을 쌓으면 얼마든지 감성적인 접근으로 설정을 이해시킬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의심할 바 없이 현재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에스에프 작가들이 망라된 작품집이다. 듀나처럼 이미 1990년대부터 입지를 굳힌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에스에프계의 신진들로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꿈틀거리는 잠재성을 유감없이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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