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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슬람은 테러리스트? 편견을 버려!

등록 2008-02-29 19:53수정 2008-02-29 19:57

〈이슬람주의?〉
〈이슬람주의?〉
〈이슬람주의?〉
알브레히트 메츠거 지음·주정림 옮김/푸른나무·8800원

교사들이 만든 출판사에서 낸 교양서
서구 편견 벗어나 객관적 서술 노력
2000년 걸친 역사와 희망적 미래 전망

세계화 추세 속에 지구촌은 날로 좁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인터넷이나 티브이만 켜면 쏟아져 나오는 국제 뉴스의 홍수 덕분에, 아파트 단수 소식은 몰라도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온 여배우의 드레스 색깔은 알고 있는 ‘세계인’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논술이나 입사 시험, 요즘 인기 높은 퀴즈프로그램에서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국제 뉴스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이슬람주의’를 설명해보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과연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까?

1980년대 참교육운동 교사들이 뜻을 모아 만든 교육도서 전문 출판사인 푸른나무에서 ‘이슈와 싱킹’ 시리즈 두번째로 펴낸 〈이슬람주의?〉는 겉핥기 정보에 목마른 이들에게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지식교양서다.

이슬람은 지구촌 인구의 약 25%, 17억명을 헤아리는 세계 최대 종교 세력이자 단일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편집자는 “2000년 넘는 역사의 이슬람과 그 과정에서 나온 개념들을 그야말로 ‘말을 타고 달려가며 산을 보는 격’으로 서술했다.”고 글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중동전문가인 지은이, 알브레히트 메츠거는 이슬람주의의 사상적 뿌리에서부터 중동과 서구의 갈등관계, ‘석유의 저주’라 할 과격-온건파의 대립, 미래의 희망 섞인 전망까지를 비교적 객관적이고 막힘없는 화법으로 정리해놓았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이슬람근본주의 또는 원리주의’란 표현은 과격한 테러리스트 세력임을 강조하려는 서구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을 들어 ‘이슬람주의’와 ‘테러리스트적 이슬람주의’로 구별해 쓰고 있다.



레바논의 길거리 선전판에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신의 편)’ 순교자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푸른나무 제공
레바논의 길거리 선전판에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신의 편)’ 순교자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푸른나무 제공
테러리스트적 이슬람주의자들의 서구에 대한 증오의 뿌리는 금욕주의와 선악 이분법적 세계관뿐만 아니라 근대 식민지배의 역사에서 비롯됐다, 서구에 대한 열등감과 전능한 알라신에 대한 환상이 뒤섞여 ‘힘의 신학’이 발전했다, 지하드 이슬람주의자들 대부분 교육 수준 높은 중산층 출신으로 종말론 색채를 띠고 있다, 모든 남성 신도의 평등을 담은 교리가 이방인 신세인 무슬림 이민자 2·3세들에게 형제애라는 정체성 부여해주고 있다, 알카에다의 네트워크가 국제적 연대 행동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등등 이슬람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이 흥미롭다.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의 토대가 되고 억만장자 오사마 빈 라덴이 알카에다를 만들게 한 18세기의 와하브주의, 빈 라덴의 대리인인 알 자와히리에게 영향을 끼친 20세기 중반 이집트의 쿠트브주의 등 ‘과격 유일신 사상의 계보’도 새롭게 읽힌다.

지은이는 “이슬람 모두가 테러리스트는 아니다. 빈 라덴과 그 추종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정치 체제가 민주적일수록 이슬람주의자들도 더 민주적이다”고 단언한다. 터키의 다당제 민주주의 정착, 요르단의 이슬람주의와 권위주의 왕정의 결합, 레바논 헤즈볼라의 정치세력 변신 등을 그 예로 든다. 또 남성과 여성·무슬림과 비무슬림의 평등, 개인의 인권 존중, 쿠란의 재해석을 시도하며 개혁을 도모하는 이슬람 자유주의 운동과 종교적 신념을 벗어나 현대화의 길을 찾으려는 진보적 무슬림의 움직임에서 ‘변화의 희망’을 예견한다.

하지만 그는 9·11 이후 친미-반미 신냉전체제로 세계 질서를 바꾸며 심각한 국제적 혼란과 보복의 악순환을 빚고 있는 미국의 신제국주의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이란까지 공격하게 되면 겨우 싹이 돋고 있는 진보적 무슬림운동과 문명간 대화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슬람’(알라에 절대 순종하라)과 ‘무슬림’(신의 뜻에 절대 순종하는 사람), 지하드(성전), 쿠란(신의 말씀), 시라(무함마드의 일생 기록), 하디스(무함마드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순나와 추종자들 관련 전설), 샤리아(이슬람 율법), 칼리파(신의 사도의 대리인, 이슬람 최고 통치자)등등 독특한 개념과 용어를 정리해놓은 ‘편집자의 글’은 미리 읽어볼 만하다.

이슬람과 국제사회의 평화롭고 민주적인 공존은 가능할까, 이슬람 분쟁 해결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마지막 장을 넘기며 새로운 질문들이 떠오른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셈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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