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법률가에게〉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
〈미래의 법률가에게〉
앨런 더쇼비츠 지음·심현근 옮김/미래인·9000원 〈미래의 법률가에게〉를 읽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기방어 목적이다. 나는 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법은 기껏해야 지배층의 이익과 안전을 꾀하는 수단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법질서나 법과 원칙은 힘 있는 자, 돈 가진 자, 연줄 닿는 자들이 제멋대로 살기 위한 방편의 성격이 짙다. 나는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에도 관심 없으며, 내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법에 당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두 번째는 이 책이 시리즈물의 후속편이라 관심을 덜 받아서다. 앨런 더쇼비츠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변호사다. 그는 최근 <승자독식사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된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로버트 프랭크 지음)에 승자 독점시장에서 검증된 소수의 출중한 실력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다. 11년 전, 그의 이름 표기는 “알랑 데르쇼비츠”였다. 더쇼비츠는 ‘괴짜’다. 고등학교까지 그는 공부와 운동 모두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심지어 물리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자 부정행위를 했다는 교사의 의심을 살 정도였다. 변호사 경력 35년 동안 100건 넘게 승소하여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승률이 높다는 항소 피고인 변호사라지만,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변론을 마다지 않는다. 또 정의로운 피고인뿐만 아니라 그다지 정의로워 보이지 않는 피고인도 변호한다.
그는 젊은 법률가들이 “법이란 하나의 도구이자 복잡한 기계나 구조물 같은 것임을” 깨닫길 바란다. “법은 때로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때로는 비판받아야 한다. 언제나 지켜져야 하지만 찬양받을 필요까지는 없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찬양이 아니라 성실한 이행이다.” 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유를 사랑하라. 정의를 사랑하라. 법이 구현하는 질서를 사랑하라.” 그리고 “영웅을 만들어서 숭배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마라.” 올리버 웬들 홈스 판사가 ‘단종법’ 지지자인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면 알수록 실망할 것이다.” 감동받은 책의 저자를 만나지 말라는 속언이 적중할 가능성은 99%다. “판사를 포함해 권력을 가진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잊지 말란다, 판사와 변호사는 한통속임을.
그의 말대로 모든 인간에게는 약점이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여기서 더쇼비츠가 예외일 수는 없다. 불법행위 전담 변호사의 양심을 점검하는 잣대로 이른바 ‘불소 테스트’를 응용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양심적인 치과 의사들은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과 병원의 수입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불소화를 지지했다.” 글쎄다.
적어도 이 나라에서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세력은 몹시 무례하다. 꽤나 거칠다. 9년 전, 수돗물 불소화 논쟁에서 어느 의사는 내 반론이 “단세포동물 수준의 반박”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앨런 더쇼비츠는 아무리 고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라 해도 ‘고문의 합법화’를 주장한데다 친이스라엘 성향이란다. 어휴! 최성일 출판칼럼니스트
앨런 더쇼비츠 지음·심현근 옮김/미래인·9000원 〈미래의 법률가에게〉를 읽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자기방어 목적이다. 나는 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법은 기껏해야 지배층의 이익과 안전을 꾀하는 수단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법질서나 법과 원칙은 힘 있는 자, 돈 가진 자, 연줄 닿는 자들이 제멋대로 살기 위한 방편의 성격이 짙다. 나는 실정법의 구체적 내용에도 관심 없으며, 내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법에 당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두 번째는 이 책이 시리즈물의 후속편이라 관심을 덜 받아서다. 앨런 더쇼비츠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변호사다. 그는 최근 <승자독식사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된 <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로버트 프랭크 지음)에 승자 독점시장에서 검증된 소수의 출중한 실력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다. 11년 전, 그의 이름 표기는 “알랑 데르쇼비츠”였다. 더쇼비츠는 ‘괴짜’다. 고등학교까지 그는 공부와 운동 모두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심지어 물리학에서 높은 점수를 받자 부정행위를 했다는 교사의 의심을 살 정도였다. 변호사 경력 35년 동안 100건 넘게 승소하여 미국 사법 역사상 가장 승률이 높다는 항소 피고인 변호사라지만,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변론을 마다지 않는다. 또 정의로운 피고인뿐만 아니라 그다지 정의로워 보이지 않는 피고인도 변호한다.
그는 젊은 법률가들이 “법이란 하나의 도구이자 복잡한 기계나 구조물 같은 것임을” 깨닫길 바란다. “법은 때로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지만, 때로는 비판받아야 한다. 언제나 지켜져야 하지만 찬양받을 필요까지는 없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찬양이 아니라 성실한 이행이다.” 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자유를 사랑하라. 정의를 사랑하라. 법이 구현하는 질서를 사랑하라.” 그리고 “영웅을 만들어서 숭배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마라.” 올리버 웬들 홈스 판사가 ‘단종법’ 지지자인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존경하는 사람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면 알수록 실망할 것이다.” 감동받은 책의 저자를 만나지 말라는 속언이 적중할 가능성은 99%다. “판사를 포함해 권력을 가진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잊지 말란다, 판사와 변호사는 한통속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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