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청은 불효녀, 팥쥐는 여장군? ‘동화 뒤집기’
〈심청이 무슨 효녀야?〉
이경혜 지음-양경학 그림/바람의 아이들·7800원 〈오즈를 만든 마법사, 프랭크 바움〉
캐서린 로저스 지음·이미선 옮김/지식의숲·2만 2000원 옛이야기 5편 딴죽거는 ‘심청이…’
작가 프랭크 바움 평전 ‘오조를…’
부모들이 지어낸 구전동화의 힘 ‘옛날 옛날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들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았다. 동화책도 만화영화도 드문 시절이었지만 이야기가 고프진 않았다. 왜 였을까? 동화작가 이경혜씨는 “바로 구전문학만이 가지는 강력한 힘 덕분”이라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상상력과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이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딱딱한 글, 책이라는 틀 속에 갇힌 이야기들을 풀어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에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딴죽 걸기’ 또는 ‘뒤집기’라 할 수 있다. 효녀 심청, 우렁각시, 춘향전,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등 대표적인 우리 옛이야기 5편을 말그대로 ‘지맘대로’ 다시 지어냈다. 가장 반전된 인물은 뺑덕 어멈, 심술궂은 계모가 전혀 아니다. 원래 잠녀로 동네에서 왕따를 당했던 뺑덕 어멈은 유일하게 잘 대해준 심청의 생모 곽씨 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청이에게 남몰래 암죽을 먹이며 돌봐준다. 커서 동냥에 나서는 심청에게는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미안해할 것도 없다. 대신 일할 나이가 되면 꼭 네 손으로 벌어먹어야 된다”고 격려한다. 심지어는 “이런 불효막심한 년을 봤나? 효도의 첫째는 자식이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건데, 이미 너는 큰 불효를 했다”고 꾸짖으며 청이 대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엄마를 따라 올라가 하늘나라에서 살게 된 달이와 별이 남매가 아빠를 그리워한 끝에, 아빠를 위해 옥황상제(그림)가 내준 과제를 풀도록 도와 마침내 하늘나라에서 네 가족이 진짜로 진짜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가하면 콩쥐는 너무 착해 계모까지도 예뻐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 엄마에게까지 미움을 받는 팥쥐는 밤마다 무예를 익혀 왜군을 물리치고 ‘팥알 장군’으로 칭송받는다. 춘향전에서는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이 도령을 대신해 방자가 열심히 공부해 암행어사가 돼 춘향을 구하더니 급기야는 춘향에게 청혼까지 하지만 끝내 춘향은 이 도령에 대한 지조를 지킨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은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은 부모들이 “나처럼”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바꿔 들려줄 수 있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썼다.
<오즈를 만든 마법사, 프랭크 바움>은 인물 평전으로 <심청이…>와 전혀 맥이 다른 책이지만, 절묘하게도 ‘부모가 들려주는 동화의 힘’을 반증해주고 있다. 100년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전세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는 고전동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네 명의 자녀들에게 들려준 모험담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1856년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난 바움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마케팅, 세일즈맨, 외판원, 배우, 신문기자, 잡지 편집자 등 갖가지 직업을 경험했으나 실패만 거듭한다. 하지만 현명한 아내의 응원 덕분에 좌절하지 않고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려 애쓴 그는 밤마다 아이들을 위해 이야기를 지었고, 장모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였던 마틸다 게이지의 권유로 책을 써냈다.
애초 플로이드, 로라, 수잔 같은 ‘여성 필명’으로 출판을 했다는 뒷얘기나, 일찍이 페미니즘을 지지해 진취적인 여성 주인공들을 많이 등장시켰다는 ‘여성학자’ 지은이의 해석도 흥미롭다.
1963년 14편을 끝으로 바움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비공식적으로 40편 넘게 이어지고, 뮤지컬ㆍ만화ㆍ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고 있는 이 시리즈의 힘은 무엇일까. 바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환상과 꿈을 그려낸 상상력의 힘이 아닐까. 김경애 기자ccandori@hani.co.kr
이경혜 지음-양경학 그림/바람의 아이들·7800원 〈오즈를 만든 마법사, 프랭크 바움〉
캐서린 로저스 지음·이미선 옮김/지식의숲·2만 2000원 옛이야기 5편 딴죽거는 ‘심청이…’
작가 프랭크 바움 평전 ‘오조를…’
부모들이 지어낸 구전동화의 힘 ‘옛날 옛날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들은 들어도 들어도 물리지 않았다. 동화책도 만화영화도 드문 시절이었지만 이야기가 고프진 않았다. 왜 였을까? 동화작가 이경혜씨는 “바로 구전문학만이 가지는 강력한 힘 덕분”이라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상상력과 기분에 따라 그때 그때 이야기와 등장 인물들이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딱딱한 글, 책이라는 틀 속에 갇힌 이야기들을 풀어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에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딴죽 걸기’ 또는 ‘뒤집기’라 할 수 있다. 효녀 심청, 우렁각시, 춘향전, 콩쥐팥쥐, 선녀와 나무꾼 등 대표적인 우리 옛이야기 5편을 말그대로 ‘지맘대로’ 다시 지어냈다. 가장 반전된 인물은 뺑덕 어멈, 심술궂은 계모가 전혀 아니다. 원래 잠녀로 동네에서 왕따를 당했던 뺑덕 어멈은 유일하게 잘 대해준 심청의 생모 곽씨 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청이에게 남몰래 암죽을 먹이며 돌봐준다. 커서 동냥에 나서는 심청에게는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미안해할 것도 없다. 대신 일할 나이가 되면 꼭 네 손으로 벌어먹어야 된다”고 격려한다. 심지어는 “이런 불효막심한 년을 봤나? 효도의 첫째는 자식이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건데, 이미 너는 큰 불효를 했다”고 꾸짖으며 청이 대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선녀와 나무꾼에서는 엄마를 따라 올라가 하늘나라에서 살게 된 달이와 별이 남매가 아빠를 그리워한 끝에, 아빠를 위해 옥황상제(그림)가 내준 과제를 풀도록 도와 마침내 하늘나라에서 네 가족이 진짜로 진짜로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가하면 콩쥐는 너무 착해 계모까지도 예뻐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 엄마에게까지 미움을 받는 팥쥐는 밤마다 무예를 익혀 왜군을 물리치고 ‘팥알 장군’으로 칭송받는다. 춘향전에서는 공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이 도령을 대신해 방자가 열심히 공부해 암행어사가 돼 춘향을 구하더니 급기야는 춘향에게 청혼까지 하지만 끝내 춘향은 이 도령에 대한 지조를 지킨다.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은 이야기꾼”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황당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은 부모들이 “나처럼”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를 바꿔 들려줄 수 있는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썼다.
〈심청이 무슨 효녀야?〉(왼쪽)와 〈오즈를 만든 마법사, 프랭크 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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