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기들의 도서관〉
‘소리’ 관련 테마소설집 느낌
사물서 사람으로 관심 이동
‘리믹스 소설론’ 새롭게 부각
사물서 사람으로 관심 이동
‘리믹스 소설론’ 새롭게 부각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문학동네·1만원) 3천만원 상금의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김중혁씨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펴냈다. 첫 소설 <펭귄뉴스>와 두 번째 소설집 사이에는 연속성과 차별성이 아울러 존재한다. 첫 소설집에서 자전거, 타자기, 지도, 라디오 같은 ‘낡은’ 물건들에 대한 별쭝맞은 수집벽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수집광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다만, 수집의 대상이 각종 ‘소리’로 특화되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새 소설집에서 수집의 대상이 되는 소리는 피아노, 오르골, 엘피 음반, 여러 악기, 전자기타, 음치들의 무반주 독창 등이다. 소설집에 실린 여덟 단편 가운데 특별히 소리에 집중하지 않은 <유리방패>와 김소진 소설 <고아떤 뺑덕어멈>을 ‘리믹스’한 <무방향 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작품이 한결같이 소리를 소재나 주제로 삼고 있으니 이 소설집을 ‘소리에 관한 테마 소설집’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두 소설집 사이의 또다른, 아마도 가장 커다란 차이는 ‘사물에서 사람으로’의 작가의 관심 이동이라 할 법하다. 특히 가장 최근작이자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엇박자 D>에서 그런 면모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 ‘나’의 고교 시절 합창반 동료였던 인물이다. 자발적으로 단장을 맡을 정도로 합창반에 애정을 보였던 그는 그러나 재능이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합창을 하다 보면 남들보다 반 박자 정도 빠르거나 늦게 소리를 내곤 해서 비웃음을 사곤 했다. 그러나 20년 만에 재회한 그와 어떤 잘나가는 밴드의 콘서트를 함께 기획하면서 ‘나’는 엇박자 D의 감추어진 미덕을 새삼 발견한다. 공연 앙코르를 위해 그가 준비한 ‘22명 음치들의 합창’ 동영상이 발견의 계기였다.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22명의 노래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이유는, 아마도 엇박자 D의 리믹스 덕분일 것”이라고 화자는 쓰는데, 여기 등장하는 ‘리믹스’는 이번 소설집의 또다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김소진 소설을 리믹스한 <무방향 버스>의 사례도 있지만, <비닐광 시대>라는 작품 역시 디제이들의 리믹스를 소재로 삼고 있다. ‘기존 음악을 잘라내거나 덧붙여 샘플을 만들고 이것들에 인공적이고 반복적인 비트를 추가하여 전혀 다른 장르와 리듬의 음악을 창조해내는 작업’을 가리키는 리믹스는 이 작품에서 소설 쓰기에 대한 비유로 동원되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또 누군가, 의 영향을 받은 누군가, 가 그 수많은 밑그림 위에다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이런 ‘리믹스 소설론’은 <유리방패>에서 인상 깊게 그려진바,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에 대한 옹호와 함께 김중혁 소설의 위도와 경도에 해당한다.
김중혁씨는 2006년 말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한겨레> 목요 섹션 ‘Esc’(이에스시)의 기자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객원기자로서 지면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 실린 <매뉴얼 제너레이션>은 그가 Esc에 연재했던 ‘사용불가설명서’라는 코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Esc 일은 놀이처럼 즐기면서 했다. 일을 하는 동안 좋든 싫든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중혁 지음/문학동네·1만원) 3천만원 상금의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김중혁씨가 두 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을 펴냈다. 첫 소설 <펭귄뉴스>와 두 번째 소설집 사이에는 연속성과 차별성이 아울러 존재한다. 첫 소설집에서 자전거, 타자기, 지도, 라디오 같은 ‘낡은’ 물건들에 대한 별쭝맞은 수집벽을 선보였던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수집광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다. 다만, 수집의 대상이 각종 ‘소리’로 특화되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새 소설집에서 수집의 대상이 되는 소리는 피아노, 오르골, 엘피 음반, 여러 악기, 전자기타, 음치들의 무반주 독창 등이다. 소설집에 실린 여덟 단편 가운데 특별히 소리에 집중하지 않은 <유리방패>와 김소진 소설 <고아떤 뺑덕어멈>을 ‘리믹스’한 <무방향 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여섯 작품이 한결같이 소리를 소재나 주제로 삼고 있으니 이 소설집을 ‘소리에 관한 테마 소설집’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두 소설집 사이의 또다른, 아마도 가장 커다란 차이는 ‘사물에서 사람으로’의 작가의 관심 이동이라 할 법하다. 특히 가장 최근작이자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엇박자 D>에서 그런 면모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화자 ‘나’의 고교 시절 합창반 동료였던 인물이다. 자발적으로 단장을 맡을 정도로 합창반에 애정을 보였던 그는 그러나 재능이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합창을 하다 보면 남들보다 반 박자 정도 빠르거나 늦게 소리를 내곤 해서 비웃음을 사곤 했다. 그러나 20년 만에 재회한 그와 어떤 잘나가는 밴드의 콘서트를 함께 기획하면서 ‘나’는 엇박자 D의 감추어진 미덕을 새삼 발견한다. 공연 앙코르를 위해 그가 준비한 ‘22명 음치들의 합창’ 동영상이 발견의 계기였다. “노래는 아름다웠다. 서로의 음이 달랐지만 잘못 부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화음 같았다.”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자 김중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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