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삶을 향상시킬수 있다? 없다?
〈토크토크 철학토크쇼〉
루시 에어 지음·유정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500원 소크라테스와 비트겐슈타인의 내기
15살 소년이 겪는 기상천외한 실험
니체 등 대가들의 흥미진진 ‘토크쇼’ “진정한 철학은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비트겐슈타인) “당신이 말한 대로 ‘보통 사람’을 골라서 이런 의문을 생각해 보게 할 수 있으리라 내 장담하지. 아마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좋아하기까지 할 거요.”(소크라테스) “내기 할까요?”(비) “뭐라?”(소)
“장담한다면서요? 내기 한번 해보죠. 보통 사람 중에 아무나 골라서 철학을 사랑하게 만들어 보시지 그러세요.”(비) ‘죽은 철학자들의 사회’인 이데아월드, 2100년 동안 ‘장기집권’을 해온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대통령’ 자리를 걸고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한판 내기를 벌인다. ‘철학이 사람의 삶을 낫게 변화시킨다’는 소크라테스 대 ‘철학은 삶을 향상시키는 데 아무 소용도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대결로 이데아월드는 바짝 달아오른다. ‘저 너머 인간 세상에서 적당한 보통 사람’을 물색하는 임무를 띠고 소크라테스의 비서인 라일라가 파견된다. 박사과정을 다 마치지 못한 철학도인 그는 이 철학실험의 대상자로 지극히 평범한 15살 소년 ‘벤 워너’를 찍는다. 여름방학 동안 동네 음식점 ‘코드올마이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벤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라일라에게 튀김맛에 대한 알쏭달쏭한 질문을 받는다. “만약에 내가 느끼는 이 감자 튀김 맛이 네가 느끼는 그 맛과 완전히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까만 머리에 반짝이는 갈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라일라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벤은 마침내 ‘자기 방 옷장의 통로’를 통해 이데아월드와 인간 세상을 오가며 흥미진진한 철학 토크쇼를 즐기게 된다.
토크쇼 출연자들은 당연 저마다 일가를 이룬 쟁쟁한 철학자들이다. 하지만 벤의 눈에 그들은 권위나 명성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이라는 소크라테스는 털털함이 지나쳐 느물거리기까지 하고, 인간 혐오주의자 비트겐슈타인은 까칠하기 그지없다. 데카르트는 다정하게 함께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해주고, 존 스튜어트 밀은 행복에 대해 멋진 연설을 들려준다. 상담 전문가로 성공한 마키아벨리, 카를 마르크스, 붓다도 특별출연한다.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멋쟁이 아리스토텔레스, 콩 요리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피타고라스, 배드민턴에 빠진 니체 등등 예상치 못한 그들과의 만남에 벤은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가슴 뛰는 설렘을 맛본다.
이데아월드의 중앙홀에는 다양한 문구가 적힌 문들이 즐비하다. 기억하라, 네 의도를 말하라,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삶과 죽음의 문제, 회의론자 보호소, 물질을 지배하는 정신, 선천적인 자유인가, 오렌지와 레몬 등등, 그 문을 하나씩 밀고 들어가는 사이 벤은 현상과 실재, 존재와 인식, 마음과 물질, 자아동일성, 윤리적 딜레마, 언어와 개념, 도덕의 보편성과 상대성, 자유론과 결정론 등 고전적인 철학적 의제들을 하나하나 익혀 나간다.
이 기상천외한 철학 소설의 지은이 루시 에어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경제학·정치학과를 모두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젊은 여성 철학자다. ‘이론 철학과 실용 철학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는 소신에 따라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스스로 진리를 깨닫게 하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으로 철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 첫 작품은 미국ㆍ중국ㆍ브라질ㆍ러시아 등 10여 나라에서 소개됐다. 영화계와 연극계의 저명한 감독 리처드 에어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자 수 버트 위슬의 딸로도 영국에서 유명한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을 살려 어린이 철학 프로그램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나저나 소크라테스와 비트겐슈타인의 내기는 누가 이겼을까?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림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루시 에어 지음·유정화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3500원 소크라테스와 비트겐슈타인의 내기
15살 소년이 겪는 기상천외한 실험
니체 등 대가들의 흥미진진 ‘토크쇼’ “진정한 철학은 대중의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비트겐슈타인) “당신이 말한 대로 ‘보통 사람’을 골라서 이런 의문을 생각해 보게 할 수 있으리라 내 장담하지. 아마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아주 좋아하기까지 할 거요.”(소크라테스) “내기 할까요?”(비) “뭐라?”(소)
“장담한다면서요? 내기 한번 해보죠. 보통 사람 중에 아무나 골라서 철학을 사랑하게 만들어 보시지 그러세요.”(비) ‘죽은 철학자들의 사회’인 이데아월드, 2100년 동안 ‘장기집권’을 해온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대통령’ 자리를 걸고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한판 내기를 벌인다. ‘철학이 사람의 삶을 낫게 변화시킨다’는 소크라테스 대 ‘철학은 삶을 향상시키는 데 아무 소용도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대결로 이데아월드는 바짝 달아오른다. ‘저 너머 인간 세상에서 적당한 보통 사람’을 물색하는 임무를 띠고 소크라테스의 비서인 라일라가 파견된다. 박사과정을 다 마치지 못한 철학도인 그는 이 철학실험의 대상자로 지극히 평범한 15살 소년 ‘벤 워너’를 찍는다. 여름방학 동안 동네 음식점 ‘코드올마이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던 벤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난 라일라에게 튀김맛에 대한 알쏭달쏭한 질문을 받는다. “만약에 내가 느끼는 이 감자 튀김 맛이 네가 느끼는 그 맛과 완전히 다르다면 어떻게 될까?” 까만 머리에 반짝이는 갈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라일라와 대화 속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빨려 들어간 벤은 마침내 ‘자기 방 옷장의 통로’를 통해 이데아월드와 인간 세상을 오가며 흥미진진한 철학 토크쇼를 즐기게 된다.

〈토크토크 철학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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