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엄마〉
〈두 엄마-거의 행복한 어느 가족 이야기〉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배상희 옮김/낭기열라·8천원 주위의 이해와 지지속에 부부로 인정
피 안섞인 9명이 꾸린 ‘행복한 식구’
책 출간 뒤 동성간 결혼·입양 합법화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그에겐 제목처럼 두 명의 엄마가 있다. 아니 실제로는 셋이고 그중 두 명은 ‘나를 낳지 않은 엄마’다. 네 명의 동생 중에 아빠가 같은 동생은 한 명뿐이고 다른 셋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보듯, 아빠의 외도가 빚은 콩가루 가족은 전혀 아니다. 부제가 암시하듯, 완전하진 않지만 제법 화목한 가족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실제 가족이다. “1978년 내가 태어나고 2년 뒤,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가 병이 아님을 밝히고 5년이 지난 뒤, 그리고 스페인에서 ‘사회위험법’(동성애자 억압법)이 폐지되기 1년 전, 엄마가 용기를 내어 아빠에게 여자가 좋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머리가 숙여진다. 또 아빠가 조용히, 아빠만의 신중함이 배어 있는 침묵 속에서 엄마를 바라보고 꼭 껴안아준 것을 생각하면 다시금 머리가 숙여진다.” 무리엘은 그날 이후 엄마의 동성 파트너인 두 번째 엄마와 가족을 이루어 자랐고, 아빠가 재혼하면서 세 번째 엄마도 갖게 됐다. 아빠와 새엄마가 남동생을 낳은 데 이어 아이를 입양한데다, 두 엄마들 부부도 피부색이 다른 두 명을 입양해 모두 4명의 동생이 생겼다. 가족이 9명이 된 것이다. “3년 전, 나는 옷을 벗기로 결심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무리엘은 2005년 스페인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이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 사실과 다른 의견들에 분노를 느낌과 동시에 희망에 떠밀려” 자신의 ‘남다른 가족사’를 공개하기로 한다. 소설은 2005년 10월, 주인공 카를라의 ‘두 엄마’ 마리아와 누리아가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는 바로 전 날에서 시작해 1976년 9월 카를라가 태어나는 날까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작가의 친절한 권유대로 맨 끝에서부터 뒤집어 읽는 것이 편하다.
“엄마는 누리아가 참 좋아/알아/그리고 누리아도 엄마를 사랑해…/말해야 할 순간이었다/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야. 알겠니?/사랑하는 사이?/응/남자랑 여자처럼?/응/아! 알겠다! 그래서 둘이 같이 자는구나/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둘이 뽀뽀도 해?/응,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아아.” 카를라가 4살 때 마리아 엄마는 ‘두 엄마의 관계’를 알려주지만 남들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일러준다. 그날 이후 카를라는 친한 친구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 비밀’ 때문에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결국 ‘두 엄마’는 주위의 이해와 가족들의 지지 속에 부부로 인정받는다.
애초 이 헤피엔딩은 작가가 꿈꾸던 ‘픽션’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실제가 됐다. 2005년 스페인에서 동성간 결혼과 입양은 합법화됐고, 그의 책은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나는 27년 만에 정말로 엄마들의 결혼식에 갔고, 엄마들은 배우자가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눈물을 흘렸다.” 이제 두 엄마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강연을 하고 가족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모임에 나간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힘겨웠던 진짜 이유는 레즈비언 커플인 두 엄마와 함께 살아서가 아니라 자기 가족을 정상적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 환경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분명하게 말한다. “때때로 부질없는 투쟁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처럼 여겨질지라고 언젠가는 당연히 누려야 할 명백한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어져야 한다’는 뜻에서 가정의 달에 맞춰 펴낸 출판사의 의도대로, 이혼과 재혼, 국제결혼 등으로 날로 다양해지는 우리 사회의 가족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책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그림 낭기열라 제공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지음·배상희 옮김/낭기열라·8천원 주위의 이해와 지지속에 부부로 인정
피 안섞인 9명이 꾸린 ‘행복한 식구’
책 출간 뒤 동성간 결혼·입양 합법화 무리엘 비야누에바 페라르나우, 그에겐 제목처럼 두 명의 엄마가 있다. 아니 실제로는 셋이고 그중 두 명은 ‘나를 낳지 않은 엄마’다. 네 명의 동생 중에 아빠가 같은 동생은 한 명뿐이고 다른 셋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에서 보듯, 아빠의 외도가 빚은 콩가루 가족은 전혀 아니다. 부제가 암시하듯, 완전하진 않지만 제법 화목한 가족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실제 가족이다. “1978년 내가 태어나고 2년 뒤,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가 병이 아님을 밝히고 5년이 지난 뒤, 그리고 스페인에서 ‘사회위험법’(동성애자 억압법)이 폐지되기 1년 전, 엄마가 용기를 내어 아빠에게 여자가 좋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머리가 숙여진다. 또 아빠가 조용히, 아빠만의 신중함이 배어 있는 침묵 속에서 엄마를 바라보고 꼭 껴안아준 것을 생각하면 다시금 머리가 숙여진다.” 무리엘은 그날 이후 엄마의 동성 파트너인 두 번째 엄마와 가족을 이루어 자랐고, 아빠가 재혼하면서 세 번째 엄마도 갖게 됐다. 아빠와 새엄마가 남동생을 낳은 데 이어 아이를 입양한데다, 두 엄마들 부부도 피부색이 다른 두 명을 입양해 모두 4명의 동생이 생겼다. 가족이 9명이 된 것이다. “3년 전, 나는 옷을 벗기로 결심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무리엘은 2005년 스페인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 문제를 놓고 공개 토론이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 사실과 다른 의견들에 분노를 느낌과 동시에 희망에 떠밀려” 자신의 ‘남다른 가족사’를 공개하기로 한다. 소설은 2005년 10월, 주인공 카를라의 ‘두 엄마’ 마리아와 누리아가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는 바로 전 날에서 시작해 1976년 9월 카를라가 태어나는 날까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작가의 친절한 권유대로 맨 끝에서부터 뒤집어 읽는 것이 편하다.

동성커플 ‘두 엄마’의 화목한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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