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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6월 7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6-06 20:09

〈고양이 문화사〉
〈고양이 문화사〉
■ 인간보다 2천만년 앞선 ‘냥이’ 예찬

〈고양이 문화사〉

“세상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 이 책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베를린 출신의 출판전문가인 지은이는 30년 넘게 고양이와 동반자로서 지내며 그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집대성했다. 인류보다 적어도 2000만년은 앞선 고양이의 역사를 비롯해 여행을 하고, 직업을 갖고, 적수와 맞서 싸우고, 식도락과 술에 취하고, 덧없이 죽어가는 최후까지 추적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여신으로 숭배받았으나 기독교 문화권에서 악마의 동물로 마녀사냥 때 함께 화형을 당하는가 하면 페스트 전염 누명을 쓰고 대량 학살을 당하는 고양이의 역사는 제법 파란만장하다. 그는 특히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고양이를 통한 영감에서 탄생했다고 강조한다. 페트라르카, 디킨스, 호프만, 에드거 앨런 포, 테네시 윌리엄스, 마크 트웨인 등 문호들을 비롯해 사르트르, 가다머, 아도르노, 쇼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들, 또 화가와 음악가들 곁에도 늘 고양이가 있었다. ‘자연의 걸작’이라 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말로 시작하는 고양이의 경이로움에 대한 예찬도 끝이 없다. 고양이는 물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유익하겠다. 그런 사람에게 선물하면 더욱 좋을 듯하다. 데틀레프 블룸 지음·두행숙 옮김/들녘·1만9800원.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 자본주의 떠받친 ‘탐욕의 서양사’


〈부의 역사-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부의 역사-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부의 역사-대항해 시대에서 석유 전쟁까지〉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탐욕은 바로 인간 발전의 동력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경제학이 서 있는 이론적 밑바탕도 이 탐욕이다.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 쓴 이 책은 유럽과 미국 경제, 더 나아가 서양사 일반을 문제의 ‘탐욕’에 맞춰 재구성한 책이다. 흥미롭게도 글쓴이는 1492년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글쓴이는 그 이유를 “이 시기부터 분명하게 나타난 차별과 억압, 이에 대한 대응이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각국의 흥망성쇠와 역사의 흐름을 결정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머리말에 적고 있다. 이해 유럽의 서남쪽 끝자락 이베리아 반도의 기독교 세력은 마지막 남아 있던 이슬람 무어인의 왕국 그라나다를 무너뜨린 뒤 유대인 추방령을 선포한다. 콜럼버스가 금을 찾아 서쪽으로 첫 항해에 나선 것도 이해였다.

책은 이후 산업혁명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전후 미국 패권의 확립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의 변주곡들을 차례로 풀어낸다. 1630년대 네덜란드 경제를 뒤흔든 ‘튤립 투기 열풍’, 19세기 미국 졸부들의 가문 상승욕구가 낳은 ‘달러 공주’, 산업혁명 초기 영국·미국의 선진국 기술 베끼기 노력, 전후 에너지 확보전 등 여러 에피소드가 쉽게 읽히도록 소개돼 있다. 권홍우 지음 /인물과사상사·1만6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 북 ‘벼랑끝 전술’은 치밀한 전략


〈북한의 선군외교〉
〈북한의 선군외교〉
〈북한의 선군외교〉

‘약소국 북한의 강대국 미국 상대하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우선 지은이의 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훈 이화여대 북한학협동과정 초빙교수는 올해 초까지 국가정보원 3차장(대북 담당)으로 일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사전 협의 및 진행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장관급 회담 등 숱한 남북 당국간 협의의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막후 조율사 노릇을 했다. 당연하게도 그는 북쪽 당국의 전략 및 북쪽 관리들의 속내를 읽어내는 데 대한민국의 누구보다 능하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월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북한의 선군외교 연구>라는 논문을 수정 없이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쏟아부은 그의 30년 남짓한 공직 생활의 경험과 실천, 학문적 연구 성과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1·2차 핵위기 발생·전개 과정에서 북쪽이 보인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을 호전적이고 무모한 ‘벼랑끝 전술’로 치부하거나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턱없이 부족한 대응자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치밀한 계산에 따른 ‘약소국의 비대칭 억지·강압외교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선군외교 전략’이다. 전문 연구서이지만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서훈 지음/명인문화사·2만2000원.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 개헌 통한 ‘민중의 자기통치’ 주장


〈주권혁명〉
〈주권혁명〉
〈주권혁명〉

2003년 7월17일, 서른네 살 젊은 엄마가 젖먹이와 다섯살 아들, 초등 1학년 딸을 차례로 고층 아파트 아래로 내던진 뒤 자기 몸마저 허공에 날렸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살기 싫다”는 메모와 함께. 그날은 제헌절이었다. 네 식구의 목숨을 앗아간 주범은 무제한 시장경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였다. 언론인에서 지식노동자로 변신한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대안으로 ‘민주경제론’을 주장한다. 민주경제는 민주정치가 전제돼야 한다. “정치생활과 경제생활을 분리해서 사고하고,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배세력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주권혁명’을 제안한다. 주권혁명은 새로운 헌법을 통한 ‘민중의 자기통치’다.

책은, 민주주의의 탄생과 성장과 위기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와 실존 사회주의의 배경과 과정을 살핀 뒤, 주권혁명의 3단계 방안까지 제시한다. 실천적 이론이자 구체적 전략이다. 정치경제학적 분석틀과 세계사의 극적인 장면들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요 수단이지만, 책은 시종일관 무겁고 진지하며 글은 딱딱하고 건조하다. ‘선거혁명’을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으로 본 것도 논란거리다. 지은이는 “투박한 해답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국민 대다수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손석춘 지음/시대의창·1만35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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